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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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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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스의 시간_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_라디오칼럼_20180208

■ 방송시간 월요일 - 금요일 AM 08:53-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2월 8일 목요일
■ 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

■ 카이로스의 시간

◆ 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 - 고대 그리이스의 신들 가운데에는 시간의 신인 크로노스가 있었습니다. 이 크로노스의 시간은 절대적인 시간입니다. 한 시간, 하루, 이틀, 이렇게 계산할 수 있고 누구에게나 똑같은 길이의 시간입니다. 크로노스가 세계를 지배하게 되면서 모든 인간들은 시간의 지배를 받는 숙명적 존재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리이스에는 또 하나의 시간의 신이 있었습니다. 카이로스입니다. 카이로스는 상대적인 시간의 신이었습니다. 카이로스는 원래 제우스의 아들이었는데 그 모습이 매우 특이하게 그려져서 전합니다. 우선 머리카락이 이마 앞쪽에만 무성하게 나있고 뒤에는 머리카락이 없는 대머리였습니다. 양 발에는 날개가 달려있고 손에는 저울과 칼을 들고 있습니다. 앞머리가 무성한 것은 사람들이 카이로스를 쉽게 알아볼 수 없게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뒷머리가 대머리인 이유는 지나간 다음에 뒤에서는 붙잡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발에 날개가 달린 이유는 최대한 빨리 사라지기 위해서였고 들고 있는 저울과 칼은 기회가 앞에 있을 때 저울을 꺼내들고 정확하게, 그리고 날카로운 칼처럼 빠르게 결단하라는 뜻이었습니다. 그는 기회의 신이었습니다.
절대적인 시간인 크로노스의 시간은 우리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카이로스의 시간은 붙잡을 수 있고 놓칠 수도 있는 시간입니다. 뚜렷한 목적을 가진 사람에게 포착되고 인식되는 주관적인 시간입니다. 생각없이 보내는 5분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특정한 목적을 가진 사람에게 중요한 5분은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시간입니다. 1년이라고 하는 새로운 시간이 벌써 쓰여지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똑같은 1년이 주어지고 소비되지만 어떤 사람들은 시간을 관리하고 새로운 가치의 시간으로 만들어갑니다. 카이로스의 시간을 발견한 사람에게 시간은 모두 각 순간에 있어서 동일하지 않습니다. 몇 분에 불과한 짧은 시간 동안의 분투와 성공이 수년 동안의 실패와 침체를 뒤엎고 새로운 빛을 우리의 인생에 던져줄 수도 있습니다. 똑같이 흐르는 시간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가치를 지닌 카이로스의 시간을 발견하는 새 봄을 맞으시기 바랍니다.

◇ 진행자 - 박중환 관장은 전남 지역 유일의 국립 박물관인 국립 나주 박물관의 개관 업무를 총괄했고 현재 지역민들의 역사에 관심을 높이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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