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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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열어주세요_황풍년 전라도닷컴 편집장_라디오칼럼_20180125

■ 방송시간 월요일 - 금요일 AM 08:53-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1월 25일 목요일
■ 황풍년 전라도닷컴 편집장

■ 귀를 열어주세요

◆ 황풍년 전라도닷컴 편집장 - 우리 조상들은 언로가 막히면 나라가 망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 같은 기록에는 ‘아니 되옵니다’를 부르대며 끝내 물러서지 않았던 신하들도 많았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올라오는 상소문도 끝이 없었고, 신문고나 격쟁처럼 백성이 직접 억울함을 왕에게 하소연하는 제도도 있었습니다.
조선왕조 500년은 언로가 트였기에 가능했던 장수의 역사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천하의 주인이자 만백성의 어버이라는 임금조차 한사코 귀를 열어 쓴소리를 자청하고 생생한 민심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왕조시대 절대 권력자인 임금도 그러했는데, 하물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유로운 언로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새삼 말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의 새해 기자회견이 각별했던 것은 국내외 현안에 대한 소상한 설명이나 희망을 품어도 좋을 만한 정책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자유롭게 질문하는 기자들과 눈을 맞추며 경청하는 대통령의 자세였습니다.
곤혹스럽고 난감한 문제들, 누가 봐도 귀에 거슬리는 불편한 질문들까지도 진지하게 듣는 국정 최고 책임자의 모습에서 달라진 세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늘어놓은 뒤 휙 등을 돌려 나가버리거나, 사전에 짜인 각본대로 하나마나 한 질의응답을 보여줬던 십년 세월이 새삼 억울하기도 했습니다.
어디 대통령뿐이겠습니까?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들, 그리고 지방정부의 수장들과 교육감들처럼 수많은 선출직 공직자들은 임기 내내 귀를 열어 경청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선거에 의해 뽑힌 일꾼이란 기본적으로 유권자들의 뜻을 수렴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성스럽게 민심에 귀를 기울이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벼슬아치, 현장을 몸소 겪고 사는 백성들의 이야기를 흘려듣는 권력자치고 민생을 제대로 파악하고, 효율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또 좋은 결과를 내는 경우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귀를 열기보다는 입만 여는 불통의 윗분들이 많습니다.
선거운동을 하러다닐 때는 겸손하기 그지없는 자세로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들어주더니
선거가 끝난 뒤엔 귀에 거슬리는 그 어떤 충고도 마다하는 분들입니다.
어느 자리에서건 마이크를 쥘 수 있는 이른바 브이아피가 되어 장황한 연설을 늘어놓기 일쑤고, 남의 이야기는 듣지도 않고 빠져나가는 걸 당연하게 여기기도 합니다.
공사석을 막론하고 자유로운 토론은 엄두도 낼 수 없고, 자신이 내린 결정은 신성불가침한 것인 양 어떤 이의제기도 못마땅하게 여깁니다.
이렇듯 경청에는 인색하고 주장만 일삼는 사람은 민주주의의 참된 일꾼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습니다.

◇사회자 - 황풍년 편집장은 토종잡지, 전라도닷컴의 편집장 겸 발행인입니다. 또한 전국 지역 출판인들의 모임인 한국 지역 출판 문화잡지원 대표로서 해마다 지역 책들의 한 마당, 한국 지역 도서전을 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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