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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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동행_김창수 지혜학교 이사_라디오칼럼_20170901

■ 방송시간 월요일 - 금요일 AM 08:53-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9월 1일 금요일
■ 김창수 지혜학교 이사

■ 아름다운 동행


◆ 김창수 지혜학교 이사 - 거창고등학교학교를 일으켜 세운 두 선생님이 있습니다. 전성은 교장선생님과 도지원 교장선생님이 바로 그 사람들입니다. 전성은 교장선생님의 말에 의하면, 자신은 학교 안과 밖에서 벌어지는 온갖 거친 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잡놈 역할을 하였고, 도지원 교장선생님은 참다운 교육자 역할을 해왔다고 합니다.
두 분을 만나보면 성격이 그렇게나 다른, 아니 정반대에 가까운 두 사람이 같은 자리에서 큰 불화 없이 어떻게 손발을 맞추며 살았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한 사람은 보기만 해도 고개가 저절로 숙여지는 참 선생의 풍모를 보이고, 다른 한 사람은 수많은 풍상에도 굴함이 없는, 야생마 같은 기상이 엿보입니다. 거창고에서 두 사람은, 두 사람이되 한 인격체처럼 의기투합하여 거창고등학교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거창고등학교에서 전해져 오는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를 예로 들면, 두 사람을 알 수가 있습니다. 서슬 퍼렇던 유신독재 정권이 거창고등학교 학교교기에 있는 빨간 색깔을 문제 삼아 교기에서 빨간색을 지우라고 심하게 핍박을 가하였다고 합니다. 빨간색은 공산주의 색깔이고 북한을 찬양하는 색인데, 거창고등학교 교기에 빨간 색이 있는 것은 사상적으로 불온하다는 것이었지요.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대외적으로는 전성은 선생이 대표주자로 나서서 싸우고 대내적으로는 도지원 선생이 학생과 교사들의 뜻을 하나로 모아내는 역할을 하였다고 합니다. 거창고등학교는 그렇게 성장해 왔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두 분을 생각하면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이 떠오릅니다. 장일순 선생님은 불의에 굴하지 않는 올곧은 선비정신으로 일생을 사셨고 또한 온갖 생명을 껴안을 줄 아는 따뜻한 가슴을 지녔던 분입니다. 장일순 선생님은 전성은과 도지원의 통합된 인격체로서도 손색이 없는, 우리 현대사에서 큰 스승이셨습니다.
그러나 장일순 선생님과 같은 통전적인 인격체가 탄생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따라서 우리는 서로 달라서 상대를 더욱 귀한 존재로 받아드리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마음 맞는 사람 셋만 모이면 못 할 일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 인격체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도 좋겠지만, 서로 다른 여러 사람이 뜻을 합하여 일구어내는 공동체가 오늘날에는 더욱 큰 의미가 있습니다.
가보지 않은 세계를 궁금해 하지 않는 사람은 재미가 없지요. 자신을 찾아가고 타인에 대해 궁금해 하고 세계를 탐험해가는 호기심이 서로의 경계와 담을 허물게 됩니다. 거창고의 두 사람처럼, 서로 다른 존재들과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자세가 우리에게 요청됩니다.


◇ 사회자 - 김창수 교장은 국내 최초의 철학 대안학교인 지혜학교 교장을 맡고 있으며 광주전남 녹색연합 상인대표로 환경 생태운동과 평화운동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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