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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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를 심을 때 주의할 사항_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_라디오칼럼_20170831

■ 방송시간 월요일 - 금요일 AM 08:53-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8월 31일 목요일
■ 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

■ 옥수수를 심을 때 주의할 사항

◆ 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 - 뜨거웠던 여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입추가 지나면서 보니 텃밭 옥수수들이 긴 여름의 폭염을 이기고 키가 넘게 자라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밭 언저리에 줄지어 자라는 옥수수들을 보면 자랑처럼 늘어뜨린 수염과 껍질 속에 과연 얼마나 촘촘하게 알이 들어차있을까를 생각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어린 시절 고향 옛 밭에서의 기억 때문입니다. 그 시절 밭에서 옥수수 씨를 심으며 누이들에게 들었던 주의사항은 옥수수 씨를 심을 때는 절대 말을 하거나 이빨을 드러내고 웃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경망스럽게 심고나면 옥수수의 알이 촘촘히 들어차지 않아서 볼품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소박한 믿음은 전통사회에서 사람들의 생활과 생각을 규제하고 있던 인류학적 터부의 한 형태입니다. 그것을 지키지 않으면 무언가 신령스러운 제재가 가해지거나 손해를 입게 된다고 믿는 신념인 것입니다. 터부의 유형은 지역에 따라 다양하지만 그 배경에는 사람들의 삶 속에 자리잡은 소박한 소망과 행복을 향한 진지한 태도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 만드는 옥수수 씨앗 심기의 이 터부도 우리 부모세대가 가졌던 풍요로운 삶을 위한 진지한 기도입니다.

지금 무언가 우리 주위에 희망이 자라고 있음을 느낍니까? 그 기대를 현실 속에서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때를 놓치지 않고 겸허한 마음으로 정성껏 씨앗을 심을 일입니다. 새 정부가 출현하면서 우리 지역사회는 여러 건의 개발 사업을 국정과제의 형태로 약속받았습니다. 그 약속들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실현되고 지역 발전을 위한 소망스러운 밑거름이 되기 위해서는 시간을 놓치지 않고 진지하고 현명하게 씨앗을 뿌리고 키워나가야 할 것입니다. 순서를 정하고 규칙에 승복하는 절차도 마련해야 합니다. 서로 이익을 다투거나 입을 크게 벌리고 떠들며 시간을 보내고 나면 5년이라는 짧은 여름이 지난 뒤 곳곳에 이가 빠지고 볼 품 없는 열매를 따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아예 5년동안 씨앗조차 파종하지 못하는 일들도 생길 것입니다. 전라남도와 광주시를 비롯한 지역사회의 여러 주체들이 국정과제에 반영된 약속들이 잘 추진될 수 있도록 서둘러 예산을 확보해내고 구체적인 방안을 치밀하게 모색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시간입니다.




◇ 진행자 - 박중환 관장은 전남 지역 유일의 국립 박물관인 국립 나주 박물관의 개관 업무를 총괄했고 현재 지역민들의 역사에 관심을 높이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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