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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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 포기_김창수 지혜학교 교장_라디오칼럼_20170818

■ 방송시간 월요일 - 금요일 AM 08:53-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8월 18일 금요일
■ 김창수 지혜학교 교장

■ 기득권 포기

◆ 김창수 지혜학교 교장 - 결혼 첫날 신혼여행도 가지 않고, 형님 집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 새벽에 잠이 들었는데, 아내가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는 소리에 잠이 깨었습니다. 어디 가느냐고 묻자, 아내는 아침밥을 하러 간다고 말하였습니다. 아하, 남자에게 이런 게 결혼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저는 그 때 가사를 아내만 담당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결혼을 하면서 밥을 누가 할 것인지 서로 의논하지 않았었고 가사를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도 말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아무런 걱정 없이 잠을 자고 있었고 아내는 친구들과 어울려 밤새 같이 놀고서도 밥을 하러나갈 생각을 하다니 대한민국 만세였습니다.
양심에 가책이 일었지만 모른 체하며 그러냐고 밥을 하러가는 아내에게 응대를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얼마나 옹골지던지, 평생 편하게 밥을 얻어먹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아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질끈 눈 한 번 감자는 생각이 더 강했습니다.
그 후 어쩌다 내가 밥을 하거나 빨래를 하고 널고 개면 아내는 고마워합니다. 기분이 내키거나 시간이 있을 때 어쩌다 한 번씩 하는 내 가사노동은 그야말로 오락에 가깝지요. 뼛속까지 가부장제 문화에 찌든 저와 가만히만 있어도 남성의 권력을 보장해주는 우리의 문화를 머리로는 그야말로 '환골탈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적극적으로 그것을 극복하는 노력을 하자니 원....
이 땅의 50대 후반 이상의 남자들은 참 편하게 세상을 살아 왔습니다. 부인에게 미안한 마음 금할 수 없지만, “나 이렇게 살게 봐 줘”라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자신이 가진 기득권은 작은 것일지라도 포기하지 않으면서, 남이 가진 기득권은 쉽게 포기하라고 강요하거나 너무 하찮게 생각하는 경향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기득권은 자신부터 포기해야 하는데 말이지요.

◇ 사회자 - 김창수 교장은 국내 최초의 철학 대안학교인 지혜학교 교장을 맡고 있으며 광주전남 녹색연합 상인대표로 환경 생태운동과 평화운동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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