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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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될 시간들_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_라디오칼럼_20170814

■ 방송시간 월요일 - 금요일 AM 08:53-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8월 14일 월요일
■ 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

■ 추억이 될 시간들

◆ 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 - 힘든 일상에 지쳐있을 때 위로를 주었던 훌륭한 시로서 러시아의 시인 푸쉬킨이 쓴 시를 많은 사람들이 기억합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이렇게 시작되는 시는 살면서 받은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따뜻한 위안이었습니다. 그 시는 이렇게 끝이 납니다. ‘모~든 것은 순간이다. 그리고 지나간 것을 그리워하느니라.’ 생각 해보면 과연 정말입니다. 지나간 것은 고통스러웠던 순간들조차 어느 정도는 아련한 그리움으로 바뀌어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을 발견할 때가 많습니다. 무엇때문일까요? 아마 냄새가 공기 중에 휘발해 버리듯이 시간이 흐르면서 아픔이나 슬픈 감정 그 자체는 조금씩 사라지고 당시의 모습들과 이야기같은 사실들 만 기억 속에 남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것은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었습니다. 정말로 힘들었던 시간을 떠올려 보아도 머리 속으로 고통스러웠던 사건을 기억할 수 있을 뿐이지 그 때의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대신 그 때 못다했던 이야기와 못다했던 일들과 못다했던 사랑과 미안함 같은 느낌들이 오랜 인연들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새로운 감정으로 느껴지는 것입니다. 인생을 고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고통이 끝없이 이어지는 고통의 바다입니다. 이 고해와 같은 삶을 살면서도 우리가 생을 다시 이어갈 수 있는 것은 이 고통의 느낌을 언제까지나 안고가지 않도록 시간 속에서 덜어주고 지워주고 잊혀지게 해 주는 조물주의 배려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일터에서 상처를 입습니다. 일터를 얻지 못해 좌절합니다. 실패의 소식으로 우울해집니다. 돌아서는 친구의 차가운 뒷모습에 속울음을 삼킵니다. 그래도 우리는 언젠가 오늘의 아픔과 슬픔이 추억과 그리움으로 남아있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무심하게 차창 밖으로 스쳐지나가는 가로수길도, 마을 버스의 평화로운 모습도, 공원에서 모이를 찾아 모여드는 비둘기들도, 책가방을 매고 동네 안 길을 재잘거리며 오가는 아이들의 모습도 언젠가는 기억 속에서 다시 보고싶은 그리운 모습으로 떠오를 것입니다. 아름다운 나의 추억이 될 것이므로 오늘을 더 아름답게 색칠하려는 노력은 우리 자신의 몫입니다.

◇ 진행자 - 박중환 관장은 전남 지역 유일의 국립 박물관인 국립 나주 박물관의 개관 업무를 총괄했고 현재 지역민들의 역사에 관심을 높이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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