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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머리를 굴려라_김창수 지혜학교 교장_라디오칼럼_20170726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7월 26일 수요일
■ 김창수 지혜학교 교장
■ 잔머리를 굴려라
◆ 김창수 지혜학교 교장 - 우리 집 아이들은 방학 무렵이 되면 가족여행을 언제 갈 거냐고 묻습니다. 방학 중 다른 일정을 잡기 이전에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가족여행 일정을 잡는 것이 우리 가족의 전통이지요. 우리 가족은 큰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 때인 1994년부터, 일 년에 2번씩 방학을 이용해서 가족여행을 하기로 결의를 하였고 큰 아이가 박사과정을 수료한 지금도 그 결정 사항을 지키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부모들에게 함께 놀아달라고 조릅니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아쉬운 소리로 놀아달라고 조르고 부모들은 선심 쓰듯이 아이들과 놀아주는 때가 이 때입니다. 가족공동체의 주도권이 부모에게 있을 때, 우리는 아이들의 간절한 염원을 수용하는 형식으로 가족여행을 결의하였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지금에 와서는 아이들에게 족쇄가 되어 꼼짝 없이 아이들은 그 약속을 지킬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아빠의 잔머리로 아이들과 연 간 두 번은 가족이 함게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 놓은 것은 지금 생각해도 잘 한 일인 것 같습니다. 저는 가족여행을, 우리 아이들의 아이들과도 함께 갈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해 놓았습니다. 아이들은 싫은 내색도 못하고 늙어가는 부모와 여행을 해야만 합니다. 아마도 가족여행을 결의하여 시행하지 않았다면 지금은 아이들에게 통사정을 해 가며, 적지 않은 뇌물을 바쳐가며 놀러가자고 아쉬운 소리를 해도 부모와 놀아줄 둥 말 둥 할 것입니다. 우리 부부는 어떤 일이 있어도 가족 여행은 지켜야 한다고 큰 소리를 치고 있습니다.
가족 여행 중에, 위로 두 아이들이 대학을 가기 전 까지는 주로 아이들의 꿈과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고, 요즘은 간간이 아이들과 남녀 간의 사랑과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아이들이 결혼을 하여 자식을 낳을 무렵이면 부모란 무엇이고 자식은 어떻게 기를 지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사람이 인생에서 배워야 할 세 가지- 삶, 사랑,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어 보시지요.
◇ 사회자 - 김창수 교장은 국내 최초의 철학 대안학교인 지혜학교 교장을 맡고 있으며 광주전남 녹색연합 상인대표로 환경 생태운동과 평화운동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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