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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할 수 있는 능력_한은미 전남대 화학공학부 교수_라디오칼럼_20170711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7월 11일 화요일
■ 한은미 전남대 화학공학부 교수
■ 질문할 수 있는 능력
◆ 한은미 전남대 화학공학부 교수 - 중학교 선생님께서 농담처럼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인류는 세 종류로 나뉘는데 여자, 남자 그리고 중학생이다. 그 나이대를 별개로 이해하지 않고서는 불통을 극복하기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선생님께서는 인삼 위에 산삼, 산삼 위에 고3이 있다고 얘기를 하시더군요. 모두가 공감한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우리나라 학교 교육의 현장과 사춘기를 겪는 학생들, 자녀들과의 소통에 대한 고민들이 함축한 표현인 것입니다. 이러한 시기를 벗어난 대학생과 생활하고 있는 교수로서의 저의 개인적인 고민을 더한다면, 강의실에서의 학생들의 침묵을 어떻게 질문으로 유도해갈까 하는 것입니다.
미국행동과학연구소는 외부 정보가 두뇌에 기억되는 비율을 학습 활동별로 정리해 둔 학습피라미드를 발표했습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공부한 다음, 24시간 후에 머릿 속에 남아있는 비율을 나타낸 것입니다. 강의식 전달 설명은 5%, 읽기는 10%, 시청각 교육은 20%, 시범이나 현장 견학은 30%의 효율성을 갖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토론은 50%, 직접 해보는 것은 75%, 그래서 서로 설명하고 가르치고 토의한 것은 90% 기억한다는 조사 결과입니다.
유태인 종합대학교 예시바 대학 도서관은 마치 호프집처럼 시끄럽습니다. 짝을 지어 질문하고 대화하며, 토론하고 논쟁하는 하브르타 방식의 도서관 풍경은 우리나라 조용한 도서관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낯선 풍경입니다. (EBS 다큐프라임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5부에서도 재미있는 실험이 나옵니다. 개인 독서실에서 책을 읽고 공부하는 그룹과 다른 사람과 짝을 이루어 말하면서 공부하는 그룹을 비교했습니다. 역사책에 있는 내용을 3시간 동안 공부한 뒤 객관식, 주관식, 서술형 시험을 보게한 것입니다. 말하는 공부 그룹이 모든 형태의 문항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세상이 끝없이 변화하고 있고, 그 빠른 속도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일하면서도 제2, 제3 직업을 준비하는 평생학습 시대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젠 많은 정보와 지식이 내 주머니 속 휴대폰 안에서 해결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제 교육현장에서 무얼,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학생들 스스로 학습하는 ‘토론토의’ 수업이 답일 것입니다.
융합인재란 문과와 이과를 넘나들며 배운 학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본질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이해하고 협력하는 정신으로 ‘소통능력’이 뛰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토론은 주제를 가지고 자기 주장과 근거를 들어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입니다. 반면에 토의는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협의하는 것을 말합니다. 토론은 설득을 위한 찬반 대립 성격이 강하며, 토의는 협동의 성격이 강한 말하기입니다. 토론토의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질문입니다. 질문은 소통의 방법이자 배움의 핵심 능력입니다.
대학의 책상 배치도 달라져야 내용도 달라집니다. 교육개혁은 강의실의 공간 편집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합니다. 교수만 쳐다보는 구조에선 강의 설명식 교육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고, 획일화돤 교실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면 융합 인재를 키울 수가 없습니다. 또 교육기관은 토론교육을 이끌 교수자들의 역량개발을 위한 교수법 개발부터 지원해야 합니다. 배움의 동력은 자활능력, 즉 기존 지식을 활용하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능력인 것입니다. 호기심이 많고 비판적 사고와 합리적 판단의 역량을 기르는 교육 변화가 필요합니다. 토론토의를 위한 질문하는 능력이 바로 인공지능 시대에 있어 호기심이 없는 로봇과 차별화하는 전략입니다.
◇ 진행자 - 전남대학교 화학공학부 한은미 교수였습니다. 한은미 교수는 한국 여성과학 기술 지원센터 호남 제주권역 사업단 단장을 역임했으며 미래창조과학부 국가과학기술 심의회 소속 지방 과학기술 진흥협의회위원, 바른 과학기술 사회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호남권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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