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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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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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꿈_이화경 소설가_라디오칼럼_20170623

■ 방송시간 월요일 - 금요일 AM 07:53-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6월 23일 금요일
■ 이화경 소설가

■ 새로운 꿈

◆ 이화경 소설가 - 저의 어머니는 딸들이 학교 선생님이 되기를 바라셨습니다. 어머니의 소원 덕분에 네 명의 딸 가운데 두 명이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저는 어머니가 꿈에도 생각하지 않으셨던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글쟁이가 되었습니다. 어릴 적엔 어머니가 딸들에게 교사가 되기를 그토록 원하시는 이유를 잘 몰랐습니다. 저희 자매들이 자라던 시절에는 여자가 교사가 되는 것은 무척이나 안정적이고 멋진 직업으로 사회적 인정을 받았기 때문인 줄은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꿈을 꿀 수 있도록 꿈의 문을 활짝 열어줬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남아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딸들이 교사가 되기를 바라셨던 저 깊은 마음을 헤아린 건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나서였습니다. 할머니가 된 어머니는 자신이 10대 후반에 어느 국민학교 급사로 취직해서 가족의 가장 노릇을 해야 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어린 마음에 집안의 보탬이 되는 급사라도 되어서 참 행복하다고 여겼던 시간도 스무 살이 넘으면서 끝났다고 했습니다. 사범학교를 나온 어머니 또래의 젊은 여자 선생님들을 학교에서 마주치게 되면서 말이지요. 무엇보다 더 아팠던 것은 연정을 품었던 한 남자 선생님을 자신의 처지에선 언감생심 배우자감으로 꿈꿀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학교를 떠났다는 점이었습니다. 누구에게나 말할 수 없는 아픈 속내는 다 있기 마련이지만, 나중에 알게 된 제 어머니의 속내는 제 마음을 참 아프게 했습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들려드린 이유는 강경화씨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여성 외교부장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에 제가 아는 지인이 어느 시골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다가 눈물이 날 뻔 했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여러분의 꿈이 뭐냐고 물으니까 맨 앞줄에 앉아 있던 여학생이 아주 또렷하게 ‘외교부 장관이요!’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그분이 수 년 동안 강연을 다녔어도 장관이나 외교관을 언급하는 여학생은 없었다고 합니다. 남자 아이들은 대부분 면사무소나 읍사무소의 직원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고, 여자 아이들은 읍내 미용실 원장님이 꿈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주어지는 정보의 양이나 처한 현실의 사이즈가 다르다보니 아이들의 꿈이 너무나도 제한적이었는데,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꿈의 넓이를 넓혀주었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새로운 꿈을 꾸게 된 계기를 마련해준 셈이지요.
저는 내친 김에 국제의원연맹 IPU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여성 국회의원 비율 변화를 살펴보았습니다. 국회의원 여성 비율은 정치.경제 분야의 중요한 정책결정의 행사에서 여성참여 정도와 여성권한을 알아볼 수 있는 지표입니다. 스웨덴은 43.6%로 1위, 노르웨이는 39.6%로 2위였습니다. 프랑스에서는 각종 선거에서 남녀후보가 동수가 되도록 남녀동수법을 시행하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르완다는 모든 조직의 의사결정구조에 최소 30% 이상을 여성으로 구성한다는 할당제 규정을 시행하고 있었습니다. 2016년 6월 기준 우리나라 여성 국회의원은 전체 국회의원 300명 중 51명으로, 비율은 17.0%이고 전 세계에서 106위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 진행자 - 이화경 작가는 소설 인문 에세이 번역 등 다양한 분야의 글쓰기를 통해 사회와 소통하고 있습니다. 제비꽃 서민 소설상, 현진건 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소설 꾼, 나비를 태우는 가 그리고 인문 에세이 버지니아 울프와 밤을 세다 등 다수의 작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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