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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과 조연_한은미 전남대 화학공학부 교수_라디오칼럼_20170525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5월 25일 목요일
■ 한은미 전남대 화학공학부 교수
■ 주연과 조연
◆ 한은미 전남대 화학공학부 교수 - 오늘 아침, 눈을 뜬 순간, 어떤 생각이 시작되던가요?
오늘 밤 꿀잠을 청하기 전, 지내온 하루가 일일 연속극 마지막 장면처럼 반전이나 여운을 남긴다면 어떤 멋진 드라마일까요?요즘 저는 아침을 맞으면서, 내 인생 드라마를 찍는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그 스토리의 주인공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자기 자신의 삶의 이야기 속 주인공이다.(Everyone is necessarily the hero of his own life story)” 미국 소설가 바트(John Barth)의 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따뜻한 포옹”, 최근 많은 사람들이 SNS에서 공유하고, 언론의 1면을 장식한 사진이지요. 37년 전 5월18일에 태어난 김소형씨는 유족을 대표해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에서 추모사를 읽습니다.
대통령은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를 부르며 흐느끼는 그녀를 쫓아가 끌어 안고 위로합니다. 따스한 대통령이 화제가 된 이야기이지만 한편 그 사진의 주인공은 뒷모습만 찍힌 그녀였습니다. 며칠 전 한 나라의 수장으로 취임을 한 대통령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이야기 속 주인공입니다. 그러나 그녀의 삶의 이야기 속에 들어오면 한갓 조연이나 엑스트라가 되는 것이지요. 37년의 삶을 쓴 그녀의 글 중 대통령이 조연으로 등장해준 감격스런 장면입니다.
“혜화역 3번 출구”, 문재인 정부 첫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지명된 아주대 김동연 총장이 기고했던 칼럼 제목입니다.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큰아들을 잃은 슬픔을 떠올리며,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언론에 남겨진 유가족들을 위로한 글입니다.
혜화역 2번 출구는 대학로 소극장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뮤지컬, 연극, 젊음, 설레임, 이러한 단어를 금새 떠올리게 하는 길목입니다. 반면 그에게 있어 반대편 혜화역 3번 출구는 아이가 입원한 병원을 향해 가슴 찢기는 고통을 안고 걷는 길이 되어버렸습니다. 서로 마주하는 두 길, 한 세상만 보이던 사람에게 두 길이 이렇게 다를 수 있나하는 탄식의 표현으로 시작된 글입니다. 희생된 분들을 오래 기리고 기억하는 것이 진정한 사회적 자본이며, 살아 남은 자들이 진 빚을 갚는 길이라는 글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 소년가장에서 출발한 그의 삶이 글이 되고, 그 글은 다시 나와 누군가의 삶의 방향을 그려주는 등대가 됩니다.
새정부 탄생과 함께 아직 아무것도 실행되는 것은 없으면서도 마치 고통스런 시간을 한 순간에 치유받는 듯한 느낌은 바로 더불어 사는 세상에 대한 공감일 것입니다.
요즈음 우리 스스로가 관대해지는 느낌을 갖습니다. 대통령의 따뜻한 포옹 사진처럼, 자신의 극한 아픔이 또 다른 아픔을 달래주는 글처럼, 서로가 주인공이면서도 함께 할 때는 주저 없이 조연이 되어주는 공감과 배려 때문일 것입니다.
내가 과거 내 이야기의 중심이며, 앞으로 펼쳐질 세계의 중심이 바로 “나”입니다. 곧 라이프 스토리 속의 주인공입니다. 그러나 그 “나“라는 주인공들이 모이면 내가 내 삶의 주인공이듯이 다른 사람의 삶에서는 그가 주인공인 것입니다.
상대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 사람, 내가 주인공이되 내 삶의 무대에 세워진 조연들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 그런 아름다운 공존의 원칙을 다시 돌아보고 이루어낼 수 있는 사람이 오늘 주인공인 바로 나, 그리고 당신입니다
◇ 진행자 - 전남대학교 화학공학부 한은미 교수였습니다. 한은미 교수는 한국 여성과학 기술 지원센터 호남 제주권역 사업단 단장을 역임했으며 미래창조과학부 국가과학기술 심의회 소속 지방 과학기술 진흥협의회위원, 바른 과학기술 사회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호남권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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