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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나무의 지혜_빈도림 세게대나무협회총회 담양 추진위원장_라디오칼럼_20170504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5월 4일 목요일
■ 빈도림 세계대나무협회총회 담양 추진위원장
■ 팽나무의 지혜
◆ 빈도림 세계대나무협회총회 담양 추진위원장 - 봄이 왔네, 삼천리 화려 강산에 봄이 왔네요. 안사람과 함께 텃밭을 가꾸고 토마토와 고추를 심었습니다, 오이를 심었습니다, 씨를 뿌렸습니다, 잔디를 이발시켰습니다. 오월은 축제의 달입니다. 담양은 대나무 축제, 보성은 다향 대축제, 함평은 나비축제, 여수는 거북선 축제… 모두 오월에 열립니다.
그러나 다른 곳에서는 다른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열심히 미사일 심고 남한에서는 미사일 방어 미사일을 심고 있습니다. 북한은 남한이나 미국을 죽인다고 을러대고 미국은 선제타격 운운하며 협박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두 적수를 말리느라고 애를 씁니다.
그 와중에 우리나라 대선 출마자들이 쉴새 없이 하루 몇 백명 유권자와 악수하러 다닙니다. 동북아시아는 정말 바쁜 봄을 맞았습니다.
TV를 잘 안보는 나조차 요즘 뉴스화면을 쳐다보게 됐습니다. 미리 라면 한 박스 사다놓을까? 정원에 대피소를 팔까? 외국에 사는 친구가 오월에 놀러올 예정이었는데 얼마 전에 “한국이 정말 안전한가” 물어왔습니다.
내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우리 집 뒤에 팽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나이는 적어도 대한민국과 같을 겁니다. 이 나무는 일 년 내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태풍이 불거나 지진이 일어나거나, 벌레가 잎을 뜯어먹거나 칡넝클이 목을 쪼르거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 나무는 현재를 즐기면서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고 건강하게 살고 있습니다.
인간도, 우리도, 바로 이런 지혜를 가질 수 없을까요? 인간의 지혜는 말 없이 참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결정해서 행동하는 것입니다. 평양 동생이 격렬한 분노에 빠지면 우리는 더구나 무미건조하게 대해야 합니다. 워싱톤 형님이 미친 듯이 이리저리 날뛰면 우리는 진정시켜야 합니다. 몇일 후에 결정되는 차대 대통령 당선자가 몸통을 굳게 세우고 가지를 유연하게 뻗어서 뿌리의 힘을 언제나 신뢰하는 팽나무의 지혜를 갖기를 기원합니다.
◇ 진행자 - 빈도림 위원장은 독일 베를린 출신 귀화 한국인으로 김대중 정부시절 베를린 선언에 참여했고 현재 한국과 독일을 잇는 문화전도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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