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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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의 소중함_이천영 목사, 새날학교 교장_라디오칼럼_20170427

■ 방송시간 월요일 - 금요일 AM 07:53-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4월 27일 목요일
■ 이천영 목사, 새날학교 교장

■ 인연의 소중함

◆ 이천영 목사, 새날학교 교장 - 선조시대 홍순언(洪純彦)이란 역관(譯官)이 있었습니다. 그는 중국말도 능숙할뿐더러 학식도 풍부하고 외교 수완도 뛰어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여러 차례 중국을 왕래하여 그 나라의 인심과 풍습도 잘 아는 외교관 겸 국제 장사꾼이었습니다. 어느 해 사신을 따라 중국 장안(長安)에 갔을 때 수백 명의 사람들이 큰 대로변에 늘어서 있는데 한 젊은 남자가 포박되어 마차에 실려 가고 있었습니다. 홍 역관은 잡혀가는 그 남자의 용모가 수려하고 태도도 고매하고 점잖은 걸로 보아 평범한 사람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옆에 서 있는 사람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그 사람은 애석한 표정을 지으며 “저 청년은 정부의 재무계통 공무원이었는데 공금을 유용한 것으로 들어나 국법에 의하여 사형장으로 끌려갑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홍 역관은 그 청년이 죽기에는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어 청년을 호송하는 책임자에게 다시 한 번 자초지종을 물으니 도로변 그 사람의 말과 같았습니다.
성격이 쾌활하고 의협심이 강한 홍 역관은 그 청년을 구해 주기로 결심하고 호송하는 관리와 의논하여 유용한 공금을 변상하면 그 청년을 석방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홍 역관은 그 청년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묻지 않고 용기를 내라는 격려의 말 한 마디만 남기고 장안을 향해 발길을 재촉하였습니다.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였지만 이를 막을 아무런 대책 없이 일본의 침공을 당하게 되니 우선 명나라에 구원병을 청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명나라는 수년간의 내란으로 국력이 약화되고 민심이 아직 안정 되지 않았다며 조선의 구원병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하루는 조선 사절단이 명나라 대궐 정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수십 명의 부하를 거느리고 입궐하던 어떤 대신 하나가 조선 사절단의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조금 후 대궐에서 한 사람이 나와 조선 사신들을 들어오라고 했습니다. 사절단이 들어가자 병부 상서가 홍 역관의 손을 덥석 잡고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하는 홍 역사에게 “참으로 귀하의 은혜를 갚을 길이 없었습니다. 내가 몇 해 전에 사형장으로 호송되어 갈 때 귀하께서 살려 주신 병부 상서 석성(石星)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홍 역관은 그제야 알아보고 반가이 수인사를 하였다. 석성은 홍 역관을 그날 저녁에 자기 집으로 초대하였습니다. 석성은 홍 역관을 가장 좋은 자리에 앉히자 융숭한 저녁상이 나왔습니다. 곧이어 미모의 한 여자가 들어와 접대를 하였습니다. 그녀는 병부 상서부인임으로 예법에 따라 주인 석성의 특별배려로 동석한 것입니다. 홍 역관이 그 부인이 세상에서 보기 드문 미모에 행동거지와 예의범절이 훌륭하다고 느끼고 있는데 그 여자가 갑자기 홍 역관의 무릎에 엎드려 엉엉 울면서 말했습니다. "몇 해 전에 베풀어 주신 은혜 참으로 고마웠습니다"를 몇 번이나 반복했습니다. 그 여인은 바로 몇 해 전에 홍 역관이 어느 음식 집에서 만났던 그 사람이었습니다. 병부 상서 석성도 이 광경을 보고 놀랐습니다. 그들은 서로 그들 내외가 과거에 격어 온 사정을 비로소 알고 감격하면서 두 사람 모두 홍 역관이 살려 준 덕택으로 오늘이 있게 되었다면서 술좌석이 더욱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뀌어졌습니다.
병부 상서 石星은 제독(提督) 이여송(李如松)에게 군사 4만 3천과 요동 부총병 조승훈(祖承訓)에게 군사 5천을 주어 조선에 구원병으로 파견하여 위기에 처한 왜란을 막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 진행자 - 오늘은 이천영 목사였습니다. 이천영 목사는 새터민과 다문화 아동들을 위한 대안학교인 광주 새날 학교 교장을 맡고 있으며 광산구 월곡동에 위치한 고려인 마을에서 고려인들의 국내 정착을 돕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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