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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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들을 찾은 순결한 이름, 주권 _이동순 조선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_라디오칼럼_20170313

■ 방송시간 월요일 - 금요일 AM 07:53-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3월 13일 월요일
■ 이동순 조선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 빼앗긴 들을 찾은 순결한 이름, 주권

◆ 이동순 조선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 “피청구인 박근혜를 파면한다.”
지난 10일은 그 누구도, 어떤 명분으로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날입니다. 그날은 대통령이 법의 심판을 받아 대통령직을 상실한, 헌정사상 처음 있는 역사적인 날이었습니다. 전직 대통령인 박근혜는 대통령의 위엄과 존엄을 과시하면서 법과 원칙을 강조하였던 사람입니다. 국민들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낼 때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일벌백계를 주장했던 대한민국의 최고 통치자였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은, 그가 결혼했다는 국민들은 믿어주고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참았습니다. 그런데 그는 법과 원칙을 수호한 것도, 국민들과 결혼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모두가 거짓이었습니다. 그래서 국민의 이름으로, 대한민국 헌법의 이름으로,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하였습니다. 오늘이 있기까지, 그동안 오천만 국민이 힘을 모아 밝힌 촛불은, 부끄럼 없이 살기를 바라는 가장 순수한 양심이었습니다. 대통령에게 준 권력을 잘못 행사한 것에 대한 국민들의 정당한 발동이었습니다. 낡은 시대의 아버지의 유물을 버리지 못한, 영혼 없는 정치에 대하여, 역사 이래 처음으로 평화롭고 정의로운 국민의 명령이 행사되었습니다.
우리는 이 역사적인 순간을, 이 아름다운 광경을, 국민의 이름으로, 주권자의 이름으로 목도하였습니다. 우리는 국민의 이름으로, 주권자의 이름으로, 아름답고 순결한 격정의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그 존엄함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권력이 권력자의 것이 아니라는, 권력이 국민의 것이라는 체험은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
여기 저기 매화꽃이 피었습니다. 매화꽃 그 은은한 향기가 겨울에게 빼앗겼던 땅에 봄이 왔음을, 겨울공화국을 촛불로 녹여가며 견딘, 우리들에게도 봄이 왔음을 노래합니다. 오늘이, 우리가 아름답습니다. 이 봄날이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 봄날이, 정말 아름다운 것은 잘못 된 것을 바로 잡았기 때문이고,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우리들의 몸으로,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탄핵가결’ 그 순결한 이름으로, 우주를 들어 올린 여리디 여린 새싹들의 뜨거운 심장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 아름다운 날을 더 아름답게 가꾸어야 합니다. 국민을 팔아 사리사욕을 챙기려는 자를 경계하고, 화려한 언어로 권모술수를 일삼는 자들에게 속지 않도록, 그래서 이 흐드러진 피어나는 꽃들이 튼실한 열매를 맺어 수확할 수 있도록, 예리하고 날카로운 눈으로 지켜봐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권력이 국민에게 있고,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하며, 국민이 정당한 권리를 영원히 누리도록 단단한 채비를 하도록 합시다.


◇ 진행자 - 이동순 교수는 조태일의 시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저서로는 움직이는 시와 상상력, 광주 전남의 숨은 작가들이 있으며 우리 지역 문화계의 원형을 발굴 복원해 문학적 위상을 널리 알리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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