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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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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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_20190416_세월호를 기억해야 합니다_황풍년 전라도닷컴 편집장

■ 방송시간 월요일~금요일 AM 07:50~07:55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세월호를 기억해야 합니다

■ 황풍년 전라도닷컴 편집장

봄빛은 더없이 곱고 환한데, 초록은 저렇듯 눈부시도록 돋아나는데…. 4월16일은 결코 꽃잎 날리는 호시절, 따뜻한 봄날이 아닙니다. 오늘은 우리 모두가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할 세월호 참사 5주기의 날입니다. 자식 잃은 어미아비의 슬픔은 여즉 시퍼렇고, 304명 희생자들의 억울함도 아직 풀 길 없어 춥고 서러운 겨울 하루입니다.

돌아볼수록 참으로 애통하고 가슴이 미어집니다. 5년이 흘렀지만 기막힌 참사의 진상은 바다 속에 잠겨있고, 사람이 먼저인 안전한 나라를 만들자던 다짐도 희미해졌습니다. 누가 그 낡은 배를 개조해 꽃다운 아이들을 태웠는지, 기어이 안개 낀 바다에 띄워 보냈는지, 탈출을 독려하기는커녕 “가만 있으라”는 명령은 어디서부터 왔는지, 왜 필사적인 구조작업은 하지 않고 침몰하는 배를 바라보면서 수많은 생존자들을 그대로 수장시켰는지, 대체 왜 누가, 의혹투성이인 참사의 원인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유가족들의 절박한 외침을 틀어막고 탄압했는지, 명백한 기록들을 숨기고 조작하고 있는지....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밝히거나, 바로 잡지 못한 채 흘려보낸 안타까운 5년 세월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한쪽에서는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집요하게 비하하고 괴롭히면서 “이제 그만하라”는 주술을 5년 내내 외우고 있습니다. 단 한 번도 세월호의 아픔에 공감해본 적 없는 기득권 세력들의 야만적인 선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들은 친일청산도 이제 그만이요, 이 땅 곳곳에서 벌어졌던 양민학살도 이제 그만이요, 수많은 민주열사들의 의문사를 밝히는 일도, 오월 광주의 진실도 이제 그만하자고 해왔습니다. 민생을 핑계삼아 또 경제를 앞세우며 한사코 진실과 정의를 가로막아온 해묵은 속임수에 이제 더 이상 넘어가서는 안 될 것입니다.

누군가는 길고 아득했을지 모르지만, 이제 겨우 5년입니다. 세월호가 무참하게 침몰하고, 꽃다운 어린 생명들을 떠나보내던 그 봄날의 참혹함을 잊기에는 사람이라면 너무도 짧은 세월입니다. 세월호를 영원히 기억해야만 우리는 인간의 존엄함을 훼손하는 그 어떤 물질적 풍요에도 맞설 수 있는 안전한 문명사회를 지켜갈 수 있을 겁니다.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은 오늘, 우리에게 진실의 반대말은 거짓이 아니라 망각입니다. 정의의 반대말은 불의가 아니라 무관심입니다. 삼가 세월호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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