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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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29일 “장애인 기회소득은 꿈을 이루는 통로” <이용빈 경기복지재단 대표이사>

 광주MBC라디오칼럼 애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국가공동체 주치의를 자임하는 경기복지재단 대표이사 이용빈입니다. 


 여러분에게 '꿈'은 어떤 의미입니까?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기회'는 공정하게 주어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는 누구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고, 자신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들고 싶은 열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신체적, 환경적 장벽으로 인해 그 출발선이 다른 분들이 있습니다. 특히 장애인 분들에게 '사회 활동'이나 '가치 있는 삶'을 위한 노력은, 종종 보이지 않는 장벽에 부딪히곤 합니다.

 

 기존의 복지 패러다임이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시혜적 지원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바로 당사자의 '노력'과 '사회적 가치 창출'을 인정하고, 이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하는 것입니다.

 

 경기도가 선도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장애인 기회소득'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장애인 기회소득은 단순히 현금을 지원하는 제도가 아닙니다. '장애인에게 지급하는 소득'이라고 하면, 많은 분이 최소한의 생계를 돕는 '시혜적 복지'를 떠올리실 겁니다. 하지만 만약, 그 소득이 장애인이 스스로의 건강을 챙기고 사회에 참여하는 '노력'과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라면 어떨까요?

 

 오늘 저는 이 '장애인 기회소득'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 제도는 장애인의 건강 증진과 사회활동을 '사회적 가치'로 인정하고, 이를 소득과 연계한 제도입니다. 

 

 이 추상적인 설명보다, 한 청년의 이야기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투포환 선수 김학준 님입니다. 학준 님은 중학교 때부터 포환을 잡았지만, 낡은 철공과 헐거운 운동화로 훈련해야 했습니다. 그때 '장애인 기회소득'을 만났습니다. 그는 이 소득으로 무엇을 했을까요? 그는 낡은 장비 대신 손에 딱 맞는 '공인구'와 발에 꼭 맞는 '투포환화'를 갖게 되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매일 꾸준히 훈련한 그의 기록은 8m에서 10m 40cm로 2미터 넘게 늘어났고, 마침내 경기도민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김학준 님은 이 기회소득을 "나에게 '계획표'다"라고 말합니다. 하루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라는 뜻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돈을 지원한 것이 아닙니다. 선수의 노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가장 필요한 도구'를 스스로 선택하게 한 것입니다. 월 최대 10만 원의 현금 지원이 한 청년의 잠재력을 폭발시킨 '기회의 창'이 된 순간입니다. 복지는 더 이상 '비용'이 아니라 '투자'여야 합니다. 김학준 님의 금메달은, 장애인의 노력을 가치로 인정할 때 우리 사회가 얼마나 더 큰 가능성을 얻게 되는지 보여주는 감동적인 증거입니다.

 

 이 '장애인 기회소득'이 운동선수뿐만 아니라, 우리 이웃들의 평범한 일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여기 마케팅 회사에서 근무하는 문선주 님이 있습니다. 그녀는 기회소득 앱을 켜고 걷기 기록을 남기며, 출퇴근길에 한 정거장을 더 걷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그리고 이 소득으로 '오리발'을 샀습니다. 물 속에서 몸을 움직이는 자신감은 곧 마음의 평화로 이어졌습니다. 문선주 님에게 수영은 '명상'이 되었고,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일상의 온기를 되찾았습니다. 기회소득이 다시 세상과 연결되는 '통로'가 된 것입니다. 
 

 또 다른 분의 이야기도 놀랍습니다. 최민규 님은 사업 실패와 다리 부상 트라우마로 '걷는 것' 자체를 두려워했습니다. 그는 기회소득에 참여하며 처음엔 '의무감' 때문에 걸었습니다. 하루 2천 보를 채워야 했으니까요.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매일 걷다 보니 체력과 근력이 돌아왔고, 잃어버렸던 자신감도 함께 돌아왔습니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다시 탁구채를 잡고 동아리 활동을 통해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었고 , 최근에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과거의 아픔을 딛고 이제는 장애인을 위한 복지사업을 직접 준비하는 새로운 삶을 시작한 것입니다. 


 문선주 님의 '오리발'과 최민규 님의 '사회복지사 자격증'. 이 두 가지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었을까요? 바로 '작은 움직임'입니다. 경기도 장애인 기회소득은 이들의 작은 노력을 응원했고, 이 작은 움직임은 '삶의 만족도'를 참여 전 35.6%에서 참여 후 79.8%라는 기적 같은 수치로 끌어올렸습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나아가 타인을 돕는 삶으로 나아간 최민규 님의 사례는, 우리 복지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이분들에게 기회소득은 단순한 돈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당당히 소통할 수 있게 하는 '연결고리'였으며, 멈춰 있던 삶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꿈의 통로'였습니다.

 

 복지의 참된 의미는 무엇일까요? 저는 모두가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라 믿습니다. 장애인 기회소득은 장애인에게 '수혜자'가 아닌, 가치를 창출하는 '주체'로서의 자긍심을 되찾아줍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 숭고한 가치를 지켜내는 것은, 이처럼 삶의 현장에서 개개인의 노력이 존중받고, 그들의 꿈이 좌절되지 않도록 든든한 사회적 다리를 놓아주는 일일 것입니다. 

 

 장애인 기회소득이라는 작은 씨앗이 우리 사회 전체의 인식을 바꾸고, 모두가 행복할 권리를 당당히 누리는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큰길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