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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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월 6일 “FOMO에서 벗어나, 자기 삶의 주파수 찾기” <고영엽 조선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요즈음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키워드 중 대표적인 것으로 ‘FOMO(포모)’가 있습니다.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뜻하는 이 용어는, ‘기회상실 공포(機會喪失恐怖)’ 혹은 ‘고립공포감(孤立恐怖感)’으로도 불리우며, 초연결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겪는 심리적 기제와 사회병리 현상을 설명하는 데 자주 등장합니다. 

 

 본능적인 ‘사회적 소속감’을 지닌 인류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역설적으로 그 연결의 끈을 놓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와 타인의 화려한 일상은 우리로 하여금 ‘나만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실존적 불안을 끊임없이 부추기곤 합니다.

 

 이러한 불안은 특히 경제적인 선택에서 매우 파괴적인 양상을 띱니다. 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를 휩쓴 자산 시장의 광풍은 합리적인 투자의 결과라기보다, 집단적인 ‘포모’ 현상의 투영에 가까웠습니다. ‘벼락거지’라는 신조어에 담긴 공포는 대중으로 하여금 가치를 분석하기보다, 남들이 수익을 냈다는 소식에 매몰되게 만들었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추격 매수와 무리한 투자는 결국 개인의 경제적 기반을 흔들었고, 사회 전반에 깊은 상대적 박탈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청년 세대의 고민 또한 이 지점과 맞닿아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는 타인의 성공을 가장 극적인 방식으로 전시하는 전시장입니다. 동기들의 합격 소식이나 화려한 대외 활동을 실시간으로 목격하며, 청년들은 자신의 준비 과정을 초라한 실패로 규정짓기도 합니다. 모든 자격증을 갖춰야 하고, 모든 트렌드를 꿰고 있어야 한다는 강박은 정작 ‘나는 어떤 삶을 원하는가’라는 본질적인 탐구의 시간을 앗아갑니다. 결국 남들의 속도에 맞추느라 정작 자신의 보폭을 잃어버리고 고립되는 일들이 일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목격하는 타인의 삶은 정교하게 편집된 ‘하이라이트’일 뿐입니다. 그 이면의 고군분투와 평범한 지루함은 삭제된 채, 오직 빛나는 순간만이 우리를 압박합니다. 우리는 실체 없는 그림자와 싸우며 스스로를 소모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끝없는 비교의 굴레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이제 관점의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그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JOMO(조모)’, 즉 ‘소외되는 즐거움’입니다. 이는 세상의 모든 정보를 알 수 없다는 한계를 겸허히 인정하고, 내가 선택하지 않은 수많은 선택지들에 대해 기꺼이 안녕을 고하는 태도입니다. ‘조모’는 단순한 고립이나 포기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정보의 소음으로부터 나를 격리함으로써, 진정으로 중요한 가치에 몰입할 수 있는 정신적 공간을 확보하는 고도의 지혜입니다.

 

 이제 우리는 삶의 주도권을 다시 회복해야 합니다. 스마트폰의 무분별한 알림이 내 일상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물리적인 거리를 두는 연습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타인의 타임라인을 넘겨보는 시간 대신, 내가 읽고 싶었던 책의 첫 장을 넘기고, 곁에 있는 사람의 눈을 맞추며 대화하는 아날로그적 밀도를 회복해야 합니다. 정보의 ‘양’에 집착하기보다, 내 삶을 풍요롭게 할 ‘질’적인 가치에 집중할 때 비로소 우리는 불안의 파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삶은 누구와도 비교될 수 없는 각자만의 고유한 서사입니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조금 늦게 꽃을 피운다고 해서 그 꽃의 아름다움이 바래는 것은 아닙니다. 타인의 속도가 아닌 나의 호흡에 귀를 기울일 때, 우리는 비로소 ‘나다움’이라는 단단한 뿌리를 내릴 수 있습니다. 소외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자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세상의 속도에 등 떠밀려 뛰어가기보다, 잠시 멈춰 서서 나만의 풍경을 바라보는 용기를 가져봅시다. 그 멈춤의 시간이야말로 ‘포모’의 굴레에서 벗어나, 생생한 현실의 기쁨을 되찾게 해 줄 유일한 열쇠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