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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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월 23일 “사실적 지식은 전문가, 가치관은 초보자” <허승준 광주교육대학교 총장>

 많은 사람들이 ‘교육의 목적은 미래 사회의 인재를 양성하거나 국가 발전을 위해 경쟁력 있는 인적 자원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표현은 일견 전혀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과연 교육의 목적이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적 자원을 개발하는 것일까요? 인적 자원이라는 말에는 ‘사람이 자원’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자원이 무엇입니까? 자원은 용도가 있어야 하고, 관리의 대상이며, 반드시 성과가 나타나야 합니다. 즉 어떤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것들을 자원이라고 합니다. ‘자원’이라는 관점이 교육에 적용되는 순간, 학생은 배우는 존재가 아니라, 국가나 사회에 필요한 기능을 장착해야 할 대상이 됩니다. 학교는 삶을 배우는 공간이 아니라, 노동시장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예비훈련소가 됩니다. 배움은 성장이 아니라, 투자 대비 수익률의 문제가 됩니다. 

 

 이때부터 학교 교육에서 인간으로서 삶에 필요한 질문이 사라집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대신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실제만 남습니다.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고민 대신 ‘나는 얼마나 경쟁력 있는가’라는 평가만 남습니다. 교육은 사람을 만드는 일이지, 국가와 사회가 요구하는 기능인을 양성하는 일이 아닙니다. 칸트의 말처럼, 인간은 결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며, 언제나 목적 그 자체로 대우받아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학생은 국가와 사회 발전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존엄한 목적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교육은 국가와 자본이 요구하는 기능에 따라 줄 세우는 도구가 되었고, 학생의 진로는 시장의 수요에 맞춰 설계됩니다. 아이의 꿈은 ‘현실성’과 ‘수익성’이라는 이름으로 재단됩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아주 일찍부터 배웁니다. ‘나는 성적이나 성과로 평가받는 존재구나’, ‘쓸모가 없으면 도태되는구나’, ‘남보다 앞서야 가치를 인정받는 거구나’. 이것은 교육이 아니라 조기 경쟁 훈련입니다. 물론 오해하지 말아야 합니다. 교육이 국가나 사회와 무관할 수는 없습니다. 일할 능력, 살아갈 기술을 기르는 것도 교육의 일부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목적이 될 때, 인간은 자동으로 그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됩니다.

 

 교육의 목적은 취업이 아니라, 자기 삶을 스스로 판단하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교육의 목표는 투자 대비 ‘생산성 향상’이 아니라, 자기 삶에 책임질 수 있는 ‘주체성 향상’입니다. 교육받은 사람은 말 잘 듣는 사람이 아니라, 필요할 때 의문을 갖고 질문을 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교육받은 사람은 지시를 정확하게 수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지시가 옳은지 판단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전에, 자신이 어떤 삶을 원하는지 아는 사람, 그 사람이 교육받은 사람입니다. 교육의 목적이 인적 자원 개발로 축소될수록 우리는 효율적인 사회를 만들지는 몰라도 성숙한 사회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성과는 늘어날지 몰라도, 언제 도태될지 모른다는 불안 역시 더 커지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교육의 목적을 고민해야 합니다. 교육은 국가와 사회에 필요한 인적 자원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입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타인과 공존하며,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육입니다. 1980년대 초반 미국 하버드대학은 모든 학부생에게 ‘윤리적 사유’라는 과목을 필수로 이수하게 합니다. 부정하고 불의한 엉터리들 중 상당수가 자신의 졸업생이라는 문제의식과 반성에 따른 조치였습니다. 대학은 다행히 엉터리가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40년이 더 흐른 2026년 현재,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우리의 교육이 사실적 지식은 전문가지만, 가치관과 윤리의식은 초보자를 양산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돌아봐야 할 시점입니다. 결론적으로, 교육의 목적은 국가나 사회의 발전을 위해 소비하는 자원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키고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인간은 그 무엇의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