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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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30일 “함께 뛰는 2개의 심장” <임민엽 수의사>

 매일 아침 동물병원 문을 열면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수많은 보호자들을 만납니다. 그중에서도 유독 마음 한구석에 깊은 울림을 주신, 아주 특별한 동반자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릴까 합니다.

 

 어느 봄날, 14살 된 믹스견 ‘순돌이’가 저희 병원을 찾아왔습니다. 녀석은 사람으로 치면 일흔이 훌쩍 넘은 노령견인데요. 언제부턴가 밥도 잘 먹지 않고, 그나마 먹은 사료를 다 게워내며, 밤마다 목에 무엇이 걸린 듯 마른기침을 심하게 한다며 보호자님은 무척이나 걱정스러운 얼굴로 순돌이를 품에 안고 계셨습니다.

 

 청진기를 순돌이의 가슴에 대는 순간, 거칠고 불규칙하게 흔들리는 심장 잡음이 들려왔습니다. 방사선 검사 및 혈액검사, 심장초음파 검사 결과, 순돌이의 진단명은 점액종성 이첨판 폐쇄부전증, 즉 심장 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심장 내에서 피가 역류하는 퇴행성 심장 질환이었습니다. 다행히 약을 먹으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단계였지만, 평생을 매일 아침저녁으로 약을 챙겨 먹어야 한다는 진단을 전해드려야 했습니다.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시던 보호자님께서 씁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원장님, 사실 우리 아버지도 관상동맥 질환으로 심장에 스텐트 시술을 받으셨어요. 우리 아버지 심장도, 우리 순돌이 심장도 고장 났네요…” 순돌이는 매일을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관심과 애정으로 살던 아이였는데 최근의 컨디션 저하로 노부부의 걱정이 아주 많았다는 말씀이셨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순돌이가 단순한 반려견과 보호자의 관계를 넘어, 서로의 삶과 아픔을 똑같이 닮아 가며 기대어 사는 진짜 가족이라는 생각이 가슴을 묵직하게 채웠습니다.  

 

 심장약 복용을 시작한 지 한참이 된 지금, 순돌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매일 아침저녁으로 할아버지와 나란히 앉아 심장약을 나누어 먹는 순돌이는, 이제 기침도 뚝 멈추고 밥도 아주 맛있게 잘 먹으며 날마다 산책도 하며 평온하고 건강한 삶을 다시금 찾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사람이 동물을 돌보고 키운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병원 진료실에서 제가 마주하는 풍경은 조금 다릅니다. 몸은 아프지만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면 어떻게든 꼬리를 흔드는 순돌이와, 그런 순돌이를 보며 “네가 살아야 나도 산다”며 삶의 의지를 다지시는 할아버지. 두 분은 서로의 존재 자체로 서로를 치유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아도, 같은 아픔을 공유하며 서로의 심장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보호자님들과 순돌이의 동행을 보며, 저 역시 수의사로서 큰 위로와 책임감을 배웁니다.

 

 오늘 밤, 우리 곁을 묵묵히 지켜주는 반려동물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시는 건 어떨까요? 언어보다 더 깊은 마음으로, 녀석들은 이미 우리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을지 모릅니다. 

 

 지금까지 수의사 임민엽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