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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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29일 “ 안전한 2026년, 함께 만들어갑시다” <김성진 민주노총 광주법률원 변호사>

2025년 광주·전남은 참 다사다난했습니다. 기쁜 일도 많았고, 슬픈 일도 많았습니다. 연말이 되면 한 해를 정리합니다. 새해를 맞이할 준비도 합니다. 올해는 조금 무거운 마음으로 한 해를 돌아보게 됩니다. 하지만 그 무게를 함께 나누는 것. 더 나은 내일을 다짐하는 것. 그것도 연말의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오늘은 12월 29일입니다. 정확히 1년 전 오늘. 무안공항에서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179분이 돌아가셨습니다. 누군가의 부모, 자녀, 형제, 자매였습니다. 연말연시 여행을 떠났던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1년이 지났습니다. 유가족들은 여전히 무안공항을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이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곳입니다. 쉽게 떠날 수 없는 것입니다. 

 

 유가족에게 지난 1년은 진상규명의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진상을 규명해야 할 사조위에 문제를 제기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국토부 소속인 사조위의 독립성이 문제였습니다. 사고를 조사해야 할 기관이 사고와 관련된 부처 소속입니다. 과연 객관적인 조사가 가능할까요. 유가족들은 이 근본적인 질문을 1년간 던져야 했습니다.

 

 다행히 최근 변화가 있었습니다. 항공철도사고조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토위를 통과했습니다. 사조위가 국토부에서 국무총리실 소속으로 이관됩니다. 유가족들과 시민사회가 1년 동안 목소리를 낸 결과입니다. 하지만 법이 통과되는 것보다 제대로 이행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소속만 바뀐 조직이 되어선 안 됩니다. 전문성과 민주성도 함께 확보되어야 합니다. 국민이 지켜봐야 합니다. 2026년에는 제주항공 참사의 진상이 규명되길 바랍니다. 유가족들도 사랑하는 가족을 비로소 떠나보낼 수 있길 바랍니다.

 

 연말에 또 하나의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습니다. 지난 12월 11일입니다.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네 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건물이 무너졌습니다. 사고 원인은 비용 절감을 위해 철판 두께를 다르게 한 것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그 접합부가 콘크리트 하중을 견디지 못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안전보다 비용을 선택한 결과입니다.

 

 특히 희생된 분들은 모두 하청업체 노동자들이었습니다. 가장 위험한 현장에서 일합니다. 그러면서도 가장 보호받지 못하는 분들입니다. 광주에서는 최근만 하더라도 학동 붕괴 사고,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과거의 참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습니다. 2026년에는 이런 건설 사고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출근한 가족이 저녁에 돌아오는 것. 그것이 당연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2026년에 이런 바람을 가져봅니다. 돈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건물을 빨리 짓는 것보다 안전하게 짓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숫자로 환산되는 성과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없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참사 유가족이 생기지 않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출근한 가족이 저녁에 무사히 돌아오는 것이 당연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힘든 하루를 보내더라도 집에 돌아가면 웃을 수 있는 일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내년에는 다들 올해보다 조금 더 많은 미소가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무안공항 참사 유가족들의 한이 풀리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진실이 밝혀지고, 비로소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낼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