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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월 24일 “내면의 크기가 삶의 너비를 결정한다” <고영엽 조선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우리는 더 넓은 공간과 더 많은 소유가 삶의 풍요를 보장할 것이라 믿으며 살아갑니다. 현대 사회의 성공 지표는 대개 ‘숫자’와 ‘면적’으로 치환되곤 합니다. 어느 지역의 몇 평의 집에 거주하느냐가 사람의 품격을 대변하는 척도가 된 시대,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더 거대한 물리적 공간에 밀어 넣으려 애를 씁니다.
사실 우리는 넓은 집에 앉아 있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그것은 집이 좁아서가 아니라, 우리 마음이 욕심으로 꽉 막히고 ‘뜻’이 빈약하기 때문입니다. 타인과의 비교, 끝없는 욕망, 그리고 소유를 향한 집착으로 가득 찬 마음은 불편, 불안할 수 밖에 없으며, 만족을 모르고 마음이 좁아지면 아무리 넓고 화려한 집에 살아도 그곳은 좁고 답답하게 느껴지고, 괴로울 뿐입니다. 우리가 머무는 물리적인 공간보다 우리 마음이 품고 있는 생각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그런데, 시대를 관통하여, 이 사실을 일깨워주는 경구 하나를 옛 지혜가 담긴 『채근담』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뜻이 크다면 한 칸의 방도 결코 좁지 않다”는 말입니다. 이 말은 물리적 공간의 협소함이 결코 인간 정신의 확장을 가로막을 수 없음을 시사합니다. 아무리 좁은 방이라 해도 그 안에서 세상을 이롭게 할 원대한 꿈을 꾼다면, 그곳은 세상에서 가장 넓은 장소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한 칸의 방’은 우리가 처한 현실적인 제약이자 본질적인 자기 자신을 상징합니다.
우리는 종종 "조건이 더 좋아지면 시작할 텐데", "환경만 받쳐주면 잘할 텐데"라며 지금의 환경을 원망하곤 합니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를 바꾼 놀라운 아이디어들은 화려한 사무실이 아니라, 작고 초라한 다락방이나 차고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라, 그 안에서 내가 어떤 생각을 키우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진정으로 ‘큰 뜻’을 품는다는 것은 세속적인 야망이나 대단한 성공만을 일컫는 게 아닙니다.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나누며, 어떤 상황에서도 나만의 속도로 꿋꿋이 걸어가겠다는 마음가짐을 말합니다.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공간은 단지 몸을 누이는 장소일 뿐입니다. 그의 생각과 시선은 이미 방의 벽을 넘어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뻗어 나가기 때문입니다.
이제 남들의 시선에 맞추기 위해 억지로 물건을 채우기보다, 내 영혼이 편히 쉴 수 있는 여백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책 한 권을 읽으며 사색에 잠기거나, 소중한 사람과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누는 시간들이 쌓여 우리 내면은 조금씩 더 넓어집니다. 내면이 꽉 찬 사람은 공간의 크기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 자체가 이미 하나의 풍요로운 우주를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생은 남들과 똑같은 집을 짓고 사는 경주가 아닙니다. 내 삶을 정말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내가 사는 집의 평수가 아니라, 내 생각이 어디까지 뻗어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좁은 방 안에서도 얼마든지 멋진 미래를 설계할 수 있고, 소박한 자리에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내 뜻이 크면 한 칸의 방도 좁지 않다”는 이 말을 오늘 우리 삶의 비타민처럼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이 정한 기준에 흔들리지 말고, 우리 마음의 평수를 넓히는 일에 집중해 보아야 합니다. 물리적인 벽은 내가 당장 허물 수 없지만, 내 마음의 벽은 언제든 내가 원하는 만큼 넓힐 수 있습니다. 그 넓어진 마음 안에서 진짜 자유롭고 행복한 우리만의 삶을 가꾸어 나가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