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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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3일 “배려의 미학” <정희남 대담미술관장>

 얼마 전 몇몇 고등학교 친구들과 만났습니다. 각자가 속내를 털어놓으며 깔깔거리며 웃다 보니,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듯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테토녀이자 직설적 성격의 친구가 생일날 남편과 대판 싸웠노라고 운을 띄웠습니다. 그 친구는 난초 화분이 제일 싫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30년째 생일 선물로 계속 난 화분을 집으로 배달시킨다고 했습니다. 물 주기도 귀찮고, 잘못하면 시들고 또 꽃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그날따라 여러가지 상황이 겹쳐 화가 치밀어 난 화분을 내동댕이쳤습니다. 제발 난 화분을 보내지 말아 달라 짜증 난다고 소리소리 질렀다고 했습니다. 

 

 남편은 영문도 모르고 무슨 짜증이 그리 많냐고 타박이었습니다. 난 열심히 살았고 바람도 안 피우고 월급도 꼬박꼬박 집에 가져다주었다. 생일마다 잊지 않고 선물에, 심지어 난 화분까지 챙겨주었는데 왜 그러느냐며 되레 역정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 친구는 더 큰 소리로 ‘당신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꽃이 무슨 꽃인지, 어떨 때 내가 가장 기분이 좋았는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자세히 지켜보기나 했느냐? 물어보기나 했느냐? 이것은 나에 대한 선물이 아니라, 나는 없고, 당신 스타일의 선물에 불과한 것’이라고 울면서 이야기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배려와 사랑, 관심 등은 내가 좋아하는 방식이나, 내가 생각하는 형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진정한 선물은 나 자신의 기호나 취향, 상황 이전에 상대방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우선일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를 버리고, 나를 비우고, 나의 선입견 없이 그저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고, 상대의 성격, 기호식품 등등 상대에 대해 보다 깊은 애정과 관찰이 우선시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그 사람에게 맞는 선물과 사랑을 나누게 될 것입니다. 

 

 저는 얼마 전 미국에 다녀왔는데 A 친구의 집에서는 적당한 관심과 무관심으로, 제가 가능한 한 편안하고 그들을 의식하지 않도록 저의 빈자리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여행갈 때, 놀 때, 식사할 때, 요즘 유행어로 ‘낄끼빠빠’로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주셨습니다. B 친구의 집에서는 하나에서 열까지 밥해주고, 여행 같이 가고 같이 놀아주고, 모든 일정을 우리에게 맞추어주었습니다. 

 

 ‘어떤 것이 진정한 배려일까?’ 그것은 상대방을 자세히 관찰하는 것. 애정 어린 관심! 그것이 첫 번째가 덕목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