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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10일 “승리와 패배를 가르치는 교육” <김 현 철 죽호학원 이사장>
요즘 학교 현장을 바라보다 보면,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오릅니다. 우리는 과연 아이들을 잘 보호하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아이들이 반드시 배워야 할 삶의 감각을 빼앗고 있는 것일까요.
아이들이 다칠까 봐 체험학습을 줄이고, 사고가 날까 봐 소풍도 조심스러워집니다. 체육대회를 해도 청군, 백군으로 나뉘어 힘껏 겨루는 모습은 점점 보기 어려워집니다. 혹시라도 진 팀 아이들이 굴욕감을 느낄까 봐, 아예 승패를 흐리거나 일부러 비기게 만드는 풍경도 생겨납니다.
물론 그 마음을 모르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누구도 소외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교육자가 가져야 할 소중한 태도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상처를 없애는 것이 교육의 전부가 될 수는 없습니다. 아이들이 넘어지지 않게만 하는 것이 교육이라면, 아이들은 정작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나는 법을 배우지 못합니다.
교육이 해야 할 일은 승패를 없애는 것이 아닙니다. 승리했을 때 어떻게 기뻐해야 하는지, 패배했을 때 어떻게 견뎌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것입니다. 이긴 아이에게는 자만하지 않고 상대를 위로하는 아량을 가르쳐야 합니다. 진 아이에게는 슬퍼할 권리를 인정해 주되, 그 자리에 주저앉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용기를 가르쳐야 합니다.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사람이 같은 자리에서 같은 결과를 얻을 수는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경제적으로 앞서가고, 어떤 사람은 어려운 형편에 놓입니다. 앞선 사람에게는 더 큰 책임과 나눔의 의무가 있고, 어려운 사람에게는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이것이 공동체의 질서입니다. 승자와 패자가 존재한다는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서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배우는 것이 진짜 교육입니다.
체육대회에서 진 아이가 눈물을 흘릴 수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그 눈물 옆에서 친구가 손을 내밀고, 선생님이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해줄 때, 아이는 패배 속에서도 존엄을 배웁니다. 그리고 이긴 아이가 상대를 조롱하지 않고 박수를 보낼 때, 아이는 승리 속에서도 품격을 배웁니다.
승부가 없는 세상이 행복한 세상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는 승부가 있는 세상 속에서, 승자의 관용과 패자의 성숙함을 함께 가르쳐야 합니다.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언제나 선택과 경쟁, 성공과 실패가 공존하는 세상입니다. 그러므로 교육은 아이들을 무균실 안에 가두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바람도 맞게 하고, 넘어져도 보게 하고, 다시 일어서는 법도 배우게 해야 합니다. 그것이 아이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입니다.
승리의 기쁨을 품격 있게 누리는 아이, 패배의 아픔을 딛고 다시 걸어가는 아이. 그런 아이들이 자라날 때, 우리 사회도 더 건강하고 따뜻한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