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문 보기
2026년 10월 21일 “가을, 나의 그림을 만나다” <변길현 큐레이터>
안녕하세요. 어느새 가을이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왔습니다. 높고 푸른 하늘, 꽃보다 고운 단풍과 낙엽, 그저 걷기만 해도 좋은 계절입니다. 흔히 봄을 계절의 여왕이라 부르지만, 유독 짧게 머물다 떠나기에 더 애틋하고 그리운 계절은 가을이 아닐까 싶습니다. 계절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마주하는 바로 그 순간이 행복이겠지요. 혼자 걸어도 좋고, 다정한 사람의 손을 잡고 걷는다면 더없이 따뜻하겠습니다. 올가을, 자연이 건네는 이 넉넉한 선물을 마음껏 누리시면 좋겠습니다.
울긋불긋 물든 산과 들을 찾는 것도 좋지만, 가까운 도심에서 즐길 수 있는 특별한 문화 나들이가 있어 소개해 드립니다. 바로 이번 주 목요일인 22일부터 일요일까지 딱 나흘 간만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광주아트페어입니다. 반나절쯤 짬을 내어 가벼운 걸음으로 들러보시면 어떨까요? 비엔날레가 동시대 미술의 깊은 철학과 질문을 탐색하는 자리라면, 아트페어는 작품을 직접 마주하고 일상으로 품어올 수 있는 활기찬 미술 장터입니다.
그렇다고 꼭 미술품을 사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우리가 주말 오후, 편안한 옷차림으로 동네 서점에 책 구경을 가듯 그저 눈과 마음을 열고 둘러보시면 됩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부스마다 작품을 친절히 설명해 주는 갤러리 관계자들과 작가님들이 환한 미소로 여러분을 맞이합니다. 그림에 대해 궁금하신 것은 직접 물어보셔도 되고, 어깨너머로 작품 설명을 살짝 엿들어도 좋습니다. 작품 앞에 잠시 멈추어 서서 나만의 속도로 숨을 고르고, 작가가 건네는 다정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아트페어는 일상의 피로를 씻어주는 근사한 쉼터가 되어줄 것입니다.
'ㄷ'자 형태로 아늑하게 꾸며진 부스를 거닐다 보면,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에 감탄이 절로 나오는 작품도 있고, 낯익은 거장의 손길이나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청년 작가들의 반짝이는 열정도 마주하게 됩니다. '우리 광주에 이렇게 다채롭고 아름다운 작품들이 숨 쉬고 있었구나' 하며 새삼 놀라실지도 모릅니다. 수많은 작품의 물결 속에서, 오늘 유독 내 마음을 흔드는 그림 한 점을 가슴에 담아 돌아오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에 스며든 한 점의 그림은 좋은 시나 한 편의 소설처럼 오래도록 우리 곁에 머물며 따뜻한 온기를 건네니까요.
굳이 소유하지 않아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그윽해지는 이 가을날, 가벼운 산책길처럼 편안하게 예술의 장터로 걸음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