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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23일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싶은 아이들” <이태민 정형외과 전문의>

 안녕하세요. 당신의 하루를 생각하는 정형외과 의사 이태민입니다.

 

 저는 진료실에서 환자를 만나는 일 외에도, 가끔 국가기관의 자문을 맡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국민연금공단의 장애판정위원회입니다.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을 치료한 뒤에도, 어쩔 수 없이 장애가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장애의 모습과 정도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일정한 의학적 기준이 필요하고, 저는 의사로서 그 과정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참 많은 사람들의 아픔을 기록으로 마주하게 됩니다. 다른 국가기관의 업무를 볼 때도 느끼는 바가 많지만, 장애 판정이라는 것은 

이미 고착화되어 바뀔 수 없는 부분이라는 측면이 크기 때문에, 마음이 늘 무겁습니다. 그래서 1달에 한 번 정도 출장을 가지만 그때마다 온전히 숨쉬고, 직업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삶이, 정말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유난히 제 마음을 무겁게 하는 판정들이 있습니다. 아직 몇 살 되지도 않은 어린아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질환으로 장애가 생긴 아이도 있고, 건강하게 잘 자라다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병이나 사고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 아이도 있습니다.

 

 정형외과 의사인 제게는 특히 팔다리에 생기는 악성 종양을 앓은 아이들의 기록이 오래 남습니다. 골육종이나 연부조직육종 같은 병입니다. 학교를 아직 가지 않았거나, 아니면 겨우 입학한 지 얼마 안 된 꼬마가, 어느 날 다리가 아파 병원을 찾았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암이라는 진단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날부터 아이의 일상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학교 대신 병원을 오가고, 항암치료를 받고, 큰 수술을 견뎌야 합니다. 의학이 발전하면서 팔다리를 보존하는 수술도 많이 가능해졌지만, 종양의 위치와 범위에 따라서는, 여전히 생명을 지키기 위해 팔이나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의 기록을 볼 때면, 마음 한편에서 자꾸만 같은 질문이 떠오릅니다. ‘도대체 왜 이 아이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로봇이 수술을 하고 AI가 판독을 하며, 모든것의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이 시대에도, 발전된 의학이, 모든 병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님의 잘못도 아니고, 미리 막을 수도 없었고, 왜 하필 그 아이에게 찾아왔는지 끝내 알 수 없는 일들이 있습니다.

 

 아직 세상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어린 나이에, 자신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아이는 그저 주어진 치료를 견뎌냅니다. 그중에 어떤 아이는 살기 위해 자신의 다리 하나를 포기해야 합니다.

 

 그래서 골종양을 전공했던 저에게는 늘상 접하는 일들이지만, 그럼에도 그런 기록을 보고 돌아오는 날이면, 다시 한번 평범한 하루가 다르게 보입니다.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 학교에 가고, 친구들과 운동장을 뛰어다니고, 넘어졌다가 아무렇지 않게 다시 일어나는 것.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그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다시 한번만 살아보고 꿈같은 하루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 하루,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평범한 일상을 조금 더 소중하게 바라보는 것.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보통의 사람들과 다른 삶을 견뎌내고 있는 아이들과, 그 곁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가족들의 하루가, 조금이라도 평안하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