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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1월 4일 “도시 전체가 문화예술이 될 때” <임하리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 부관장>
가을의 광주는 문화예술로 한층 활기를 띱니다. 지난 9월 5일 개막한 광주비엔날레가 오는 15일까지 이어지며, 본 전시뿐 아니라 파빌리온을 통해 예술은 광주 곳곳의 문화공간과 역사적 장소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올해는 27개 국가·도시·문화예술 기관이 참여해 28개의 파빌리온이 마련되면서, 도시의 여러 장소에서 예술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바라보면 2년 전 여름 직접 찾았던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이 떠오릅니다. 당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수많은 공연의 규모보다 도시가 축제를 받아들이고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2024년 프린지는 8월 2일부터 26일까지 이어졌고, 도시 곳곳 262개 공간에서 수천 개의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극장과 공연장만이 무대가 아니었습니다. 대학의 강의실과 학교 공간, 바와 식당, 호텔 라운지, 지역 커뮤니티 공간은 물론 평소 사용하지 않던 상점과 유휴공간까지 공연과 창작의 장소로 변했습니다.
에든버러를 걷다 보면 축제를 보기 위해 특정 공연장을 찾아간다는 느낌보다 도시를 걷는 과정 자체가 축제를 경험하는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공연장 밖의 거리에도 예술가와 관객이 모이고, 평소라면 무심히 지나쳤을 골목과 건물 앞에도 사람들이 머물렀습니다. 도시의 일상과 축제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흐려지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경험은 문화예술이 도시를 변화시킨다는 것이 반드시 새로운 미술관이나 공연장을 짓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공간을 새롭게 발견하고, 그곳에 다른 기능과 이야기, 경험을 더하는 것 역시 중요한 도시문화의 방식입니다.
이런 점에서 광주비엔날레가 전시장을 넘어 도시 여러 장소로 확장되는 모습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16회를 맞이하며, 너는 네 삶을 바꿔야한다라는 주제로 광주 전역의 문화시설과 역사적 장소를 연결하며 예술과 도시가 만나는 접점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예술을 하나의 시설 안에 가두지 않고 도시의 공간과 일상 속에서 경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할 수 있겠죠.
가을의 광주에서 펼쳐지는 문화예술의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해 봅니다. 우리 주변에는 아직 문화공간으로 발견되지 않은 장소가 얼마나 많이 남아 있을까요. 도시는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것만으로 변화하지 않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고 사용하는 순간에도 도시의 변화는 시작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