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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1월 6일 “함께 손잡고 바다를 건너는 법, 주먹밥공제회” <이승남 광주노동권익센터 노동권익팀장 >

 바다를 건너는 일은 매우 위험합니다. 그리스 대서사시 ‘오디세이아’는 지중해를 건너 고향으로 가는 길이 위험과 위기의 연속임을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살아가는 일도 매일 매일 위험과 위기의 나날입니다. 누군가는 갑작스런 해고로 실업을 당하고, 누군가는 일하다 다치거나 병에 걸리고, 누군가는 생활비가 없어 굶기도 합니다. 대부분 위기가 닥치면 혼자서 해결하거나 아니면 가족과 지인의 도움을 받습니다. 모아둔 돈, 각종 보험, 가족과 인맥이 있어야 생계가 파탄나지 않고 위기를 극복하여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노동자들도 많습니다.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하고, 4대보험 가입도 안됩니다. 유급연차도 퇴직금도 없습니다. 아프면 쉴 수 있는 병가도 없습니다. 더구나 소속된 회사가 없으니 기업 복지는 꿈조차 꿀 수 없습니다. 일을 하다 다치면 바로 수입이 끊겨 생계를 걱정해야 하지만 직장이 확실치 않으니 시중은행에서 대출받기가 어려워 비싼 이자를 내고 카드론이나 사채를 이용해야 합니다. 

 

 현대사회는 개인이 겪는 위험과 위기를 국가가 보호해 주는 복지국가로 발전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선진적인 복지국가로 나아가고 있지만 아직 사각지대가 너무나 많습니다. 그 사각지대에는 주로 배달 라이더, 대리운전 기사, 가사관리사, 프리랜서, 예술인,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2024년 인적용역 사업소득 원천징수 대상인 비임금 노동자 즉 근로기준법 보호를 받지 못한 노동자수는 869만명으로 1년 전보다 약 7만 명 증가했다고 합니다. 

 

 저는 출산을 앞둔 예술인 부부가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유급육아휴직 혜택을 받지 못하여 출산 후 생계를 걱정하는 것을 목격 하였습니다. 세종문화회관 무대에서 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된 성악가가 산업재해보험을 적용받지 못해 많은 병원비를 감당하던 중 숨진 일도 있었습니다. 

 

 광주노동권익센터는 우리 지역 플랫폼 프리랜서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하였습니다. 조사 결과 응답자 414명 중 15%가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라 할 수 있는 4대보험 미가입자였으며, 소액대출이 필요할 시 이자율이 높은 대출 상품을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응답자 10명 중 3명은 업무상 상해나 사고 질병에 노출되어 있었으며, 약 38%는 비자발적으로 실업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산다는 것은 위험한 바다를 항해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이젠 홀로 외롭게 맞서지 말아야 합니다. 손을 잡고 바다라는 위험을 함께 건너야 합니다. 이를 ‘공제’라고 합니다. 일하는 사람들이 십시일반 돈을 내어 실업, 질병, 사고를 당했을 때 서로 돕는 공제회가 전국 곳곳에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전남광주에서도 10월 1일 몇몇 노동자들이 모여 ‘주먹밥공제회’를 창립 하였습니다. 주먹밥공제회는 1980년 오월 광주시민들이 나누어 먹었던 주먹밥 정신을 이어받아 서로 돕고 함께 살자는 취지로 출범하였습니다. 소액대출, 입원비 경조사비 지원, 명절 선물 등 작은 안전망부터 시작하여 함께 밥먹고 즐겁게 노는 공동체를 만들려고 합니다.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누군가의 도움을 받습니다. 우리는 서로 도움으로써 인간답게 살아 왔습니다. 주먹밥공제회는 사각지대 노동자들의 존엄을 지킬려고 합니다. 함께 손잡고 바다를 건너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