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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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6일 “한국시리즈 58일 전, 그날밤의 일들 ” <이태민 정형외과 전문의>

 안녕하세요. 당신의 하루를 생각하는 정형외과 의사 이태민입니다.

 

 예년에 비해 올해 여름은 조금 서늘한가 싶었습니다. 있는 듯 없는 듯 지나간 장마에 잠시 착각을 했던 것 같은데, 역시나 본격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숨이 턱 막히는 열기와 높은 습도, 잠깐만 밖에 서 있어도 온몸에서 땀이 쏟아지는 날씨를 보며, '역시 여름은 여름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럴 때마다 운동선수들은 참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느껴집니다. 특히 야구나 축구처럼 야외에서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은, 아무리 해가 기울기 시작한 저녁 경기라 하더라도, 일반인은 잠시 서 있기조차 힘든 온도와 습도 속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냅니다. 최고의 집중력을 유지하며 경기하는 그들의 모습은, 때로는 존경을 넘어 경외심마저 들게 합니다.

 

 2024년 한국시리즈를 58일 앞둔, 어느 토요일 저녁도 그렇게 무더운 날이었습니다. 그날은 제 인생에서 지옥과 천국을 모두 경험한 밤으로 남아 있습니다. 

 

 기아타이거즈는 창원에서 NC다이노스와 경기를 치르고 있었습니다. 경기 도중, 팀의 에이스였던 제임스 네일 선수가 얼굴에 강한 타구를 맞고 그라운드에 쓰러졌습니다. 현장의 필드닥터가 신속하게 응급처치를 시행했지만, 그 이후의 이송과 치료 계획은, 모두 전화기를 사이에 두고 현장을 직접 보지 못한채, 유선상으로 결정해야 했습니다.

 

 지금에서야 말씀드릴 수 있지만, 그날 밤은 마치 첩보작전을 방불케 했습니다. 하악골 골절은 모든 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성형외과 판단이 가능한 상급종합병원을 주말 저녁에 찾아야 했고, 더욱 중요한 것은 시간이었습니다. 안면부 골절은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수술은 아니지만, 24시간 안에 수술하지 못하면, 심한 부종 때문에 수술이 최소 일주일 이상 미뤄질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그렇게 되면 재활 일정도 모두 늦어지고, 한국시리즈 출전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평소의 프로토콜대로라면, 월요일 진료를 거쳐 수술 일정을 잡는 것이 일반적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즈음의 리그 1위를 하고있던 우리는 일반적인 절차를 따를 여유가 없었습니다. 단장과 프런트, 트레이닝 파트, 그리고 저와 광주의 성형외과 의료진이, 밤새 유선으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가능한 모든 방법을 찾았습니다. 결국 그날밤 앰뷸런스를 이용해, 창원에서 서울까지 수술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했고, 다음날 오전 9시, 가장 빠른 시간에 수술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수술이 끝난 고작 이틀뒤에 곧바로 광주로 내려와, 식단 관리부터 재활 치료까지 사실상 24시간에 가까운 관리가 이어졌습니다.

 

 그 결과는 모두가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임스 네일 선수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회복했고, 결국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다시 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우승의 기쁨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른 지금도 종종 그날 밤을 떠올립니다. 만약 그 순간 조금이라도 판단이 달랐다면, 조금이라도 다른 선택을 했다면 과연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결국 한여름의 무더위도 지나가고 그날의 긴장도 추억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모두의 꿈을 이어가기 위해 한마음으로 뛰었던 그 여름밤만큼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올여름도 많이 덥습니다. 모두 건강하게, 그리고 아프지 말고 무사히 이 여름을 지나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