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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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26일 “태양을 품은 반도체, '반도체 심장'을 설계하라” <한은미 전남대 화학공학과 교수>

 반도체는 흔히 '산업의 쌀'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인공지능 시대의 반도체는 그보다 더 중요해졌습니다. 스마트폰과 자동차, 인공지능과 데이터센터까지, 오늘의 문명은 거의 모두 반도체 위에서 움직입니다. 사람의 몸에 비유하면 생각하고 기억하고 판단하는 일을 맡는 ‘뇌’와 같습니다.

 

 반도체 산업은 크게 전공정과 후공정으로 나뉩니다. 전공정은 실리콘 웨이퍼 위에 미세한 회로를 새겨 반도체의 성능을 결정하는 단계입니다. 후공정은 만들어진 칩을 조립하고 검사해 제품으로 완성하는 과정입니다. 둘 다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공정이지만, 전공정이 특별하게 주목받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전공정은 단순한 제조공정이 아닙니다. 막대한 전력과 용수, 고급 인재, 그리고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함께 움직여야 가능한 거대한 산업 생태계입니다. 도시의 일자리와 인재의 흐름, 산업 구조와 미래 성장 경로까지 바꾸는 새로운 성장 엔진을 갖는다는 뜻입니다.

 

 특히 미래 반도체 경쟁은 이제 에너지 경쟁이기도 합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산업은 엄청난 전력을 먹는 하마입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RE100, 탄소국경조정제도 등으로 '깨끗한 전력' 사용을 공급망의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결국 누가 더 안정적이고 친환경적인 에너지를 확보하느냐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합니다. 광주·전남이 주목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태양과 바람이라는 재생에너지를 바탕으로, 미래 산업을 움직일 동력을 스스로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 베이스캠프’ 같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반도체는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더 큰 질문과 맞닿아 있습니다. 지금처럼 성장의 기회와 새로운 산업이 수도권에만 쏠리고, 지방은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구조를 그대로 두고서는 국가의 지속 가능한 발전 역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반도체의 진짜 의미는 공장 몇 동을 더 세우는 것 그 이상입니다. 지역에서도 미래를 준비할 수 있고, 청년들이 떠나지 않아도 되는 일자리와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데 있습니다. '반도체 심장'을 설계한다는 것은 결국 특정 공정 하나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태양과 바람이라는 지역의 강점을 미래 산업의 에너지로 연결하고, 그 위에 사람과 기술, 기업과 일자리가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성장 지도를 그려내는 일입니다.

 

 태양을 품은 반도체. 그 심장이 우리 지역에서 힘차게 박동할 때, 비로소 지역 균형발전은 구호가 아닌 현실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