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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27일 “조준경을 다시 맞출 기회, 시행착오가 '실패'인가요” <박진감 유스사이드 (Youth-Side) 대표>

 교통카드 요금 0원. 공공기관 취업을 준비하던 어느 청년의 카드 내역입니다. 아침이면 집 근처 도서관에 가고, 밥을 먹으러 집에 돌아왔다가 다시 또 도서관. 버스도 탈 일 없는 일상의 주인공은, 제가 만난 세 번째 인터뷰이의 이야깁니다.

 

 그는 원래 소설을 쓰고 싶었습니다. 창작을 계속하려면 안정적인 직업부터 찾을 수밖에 없었고, 공공기관에 취업하면 생계와 창작을 함께 이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험준비는 예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필기와 면접에서 탈락을 거듭한 나머지 수험생활은 어느새 3년으로 길어지고 말았습니다.

 

 준비가 길어질수록 다른 길을 찾아야 하나 싶었지만, 이미 들인 시간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NCS 문제를 풀고 전공 지식을 외우는 데 들인 노력을 다른 회사에서 그대로 인정해 줄 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시험에 붙으면 취업을 위한 준비가 되지만, 중간에 그만두면 그저 ‘매몰비용’이 되어버리는 안타까운 상황에 이미 쓴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고, 와중에 다른 길로 활용할 방법 또한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행히도 그는 마지막으로 마음먹은 시험에서 합격했습니다. 가장 열심히 공부했던 1~2년 차에는 떨어졌지만, 정작 공부를 가장 적게 했던 마지막 해에 붙었습니다. 노력하지 않았는데 좋은 결과가 따라와서인지, 의아하면서도 허무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과거를 돌아보며, “인생은 OMR 카드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사회가 내민 선택지 가운데 정답을 고르듯 살아왔지만, 꼭 그 안에서만 답을 찾을 필요는 없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겁니다.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보다 모두가 말하는 안정적인 길을 택했을 뿐인데, 어느 순간 그 길을 걷고 있는 것 자체가 실패처럼 느껴졌다고 합니다. 중간에 자신에게 맞는 답을 다시 찾으려면, 그동안 투자한 시간을 포기할 각오부터 해야 했으니까요.

 

 그는 실패를 “원하는 방향으로 조준경을 다시 맞추는 과정”이라고 정의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는 그 조준을 다시 맞추는 일에도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한 번 멈추거나 방향을 바꾸는 순간, 그동안 쌓은 시간과 노력이 다른 곳에서는 인정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그렇게 시행착오가 될 수 있었던 경험이 금방 ‘실패’라는 판정으로 굳어지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그가 한국에서의 실패를 코인이 하나뿐인, ‘원코인 게임’이라고 비유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 번 고른 답이 맞지 않더라도, 다시 선택할 기회와 지난 경험을 다른 길에서 이어갈 가능성은 남아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실패도 끝이 아니라, 원하는 방향으로 조준을 다시 맞추는 과정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여러분들은 우리 사회가 시행착오를 겪을 기회가 제공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한 번의 실패가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거는 ‘원코인’이 되지 않기를, 대한민국의 실패 문화가 가벼워지는 그날까지, ‘실패를 묻다’ 시리즈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