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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21일 "우리 아이들을 바로 내 아들 딸처럼" <김 현 철 죽호학원 이사장>
최근 부산에서 여고생 세명이 함께 목숨을 저버리는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학생들이 남긴 유서에는 "학업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부담감이 너무 컸다”는 내용이 적혀 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학원 책임자로서 이런 우리 청소년들의 안타까운 선택은 무엇보다 더 큰 아픔으로 저에게 다가옵니다.
이 비극은 비단 부산만의 일이 아닙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초·중·고생 가운데 자살로 생을 마감한 학생은 221명에 달합니다. 이 숫자는 역대 최다 수치입니다. 더군다나 안타까운 건 대한민국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통계가 있다는 겁니다. 하루하루 미래에 대한 기대와 꿈으로 즐겁게 지내야 할 우리 아이들이 죽음을 생각하며 고통 속에서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너무 안타까운 일입니다.
광주 상황도 심각합니다. 2023년 기준으로 봤을 때 10대 자살 사망자 수는 7명, 그리고 청소년들의 우울감 경험률은 27.7%에 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수치를 단순한 숫자로만 이해 해서는 안 될 겁니다.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조용히 무너지고 있는 학생들의 고통과 아픔이 바로 이 수치로 표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아이들을 이런 극단으로 몰아가고 있는 걸까요? 물론 그 원인은 단순하지 않을 겁니다. 극심한 입시 스트레스, 끊임없이 자신들과 주변을 비교당하는 학교 문화, 그리고 과열되어있는 성과 중심의 교육 시스템, 이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아이들의 자존감을 깎아내리고, '나는 의미 없는 존재다’라는 왜곡된 자아를 아이들에게 안겨주는 환경이 결국 아이들을 극단적 선택으로 몰아가고 있는 겁니다. 이제는 우리 아이들을 더 이상 외롭게 그리고 고통스럽게 방치해서는 안됩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과연 우리는 무엇을 바꾸어야 할까요? 결과보다 존재 자체를 인정하는 문화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잘했니?’라기보다 ‘괜찮니?’를 먼저 묻는 일, ‘더 해야지’라기보다 ‘여기까지도 참 잘 한거야’라고 말해주는 것 주변에서부터 이런 변화를 만들어 간다면 우리 아이의 자존감은 커져 갈겁니다. 그리고 정서적 대화가 가능한 주변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성적보다 먼저, 아이의 표정을 들여다보고 침묵 뒤에 숨은 아이의 마음을 기다려줄 수 있는 부모가 돼야 합니다. 아이들의 말을 진심으로! 있는 그대로! 들어주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옆 친구를 이겨야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우리의 입시 제도는 마치 고대 콜로세움의 검투사들처럼, 옆에 선 친구를 쓰러뜨려야만 내가 살아남는 구조에 가깝습니다. 이런 식의 경쟁은 교실을 전쟁터로 만들고, 친구를 적으로 돌리게 합니다.
서로 끌어주고, 응원하며, 결승점까지 함께 가는 경쟁 매카니즘으로, 교육의 방향을 바꿔야 합니다. 함께 도전하고, 더불어 성장하는 경쟁이야말로 21세기를 살아가는 인재들이 갖추어야 할 진짜 힘인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가정과 학교, 지역공동체가 함께 고민하고 바꿔나가야 합니다. 아이들의 무너짐을 외면하지 말고, 아이들이 더이상 ‘끝’을 생각하지 않도록 제도를 만들고, 우리 어른들이 먼저 손 내밀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은 비로소 세상을 믿을 수 있는 곳이라고 여기고, 자신들의 삶을 스스로 지켜나갈 힘을 갖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