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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7일 “자연이 틀어놓은 거대한 드라이어 열풍, ‘푄 현상’ ” <김문용 광주지방기상청 기상전문관>
요즘 날씨, 정말 '억' 소리가 절로 날 정도로 무덥죠? 쨍쨍 내리쬐는 한여름 가마솥더위에 지치지는 않으셨는지요.
요즘 일기예보를 유심히 보신 분들이라면 고개를 갸우뚱하실 때가 있을 겁니다. 며칠 전에는 대구를 비롯한 영남 지방이 펄펄 끓더니, 최근에는 광주 낮 최고기온이 무려 39도까지 치솟으며 백두대간 서쪽 지역이 숨 막히게 더운 날씨를 보이고 있습니다. 대체 왜 동네마다 번갈아 가면서 한증막이 되는 걸까요? 그 비밀은 바로 '바람의 방향'과 우리나라 지형의 특징인 '산맥'의 숨바꼭질에 숨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지도를 머릿속에 그려보시죠. 등뼈처럼 뻗어 있는 태백산맥과 그 허리춤에서 남서쪽으로 뻗어 내린 소백산맥이 병풍처럼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산맥들이 바람이 지나가는 길을 가로막는 일종의 '과속방지턱' 역할을 합니다.
여름철에 남서쪽에서 불어오는 덥고 습한 바람, 즉 '서풍류'가 불 때를 생각해보겠습니다. 이 무거운 수증기를 잔뜩 머금은 바람이 소백산맥을 힘겹게 기어오릅니다. 산을 오르며 수증기를 비나 구름으로 한바탕 쏟아내고 나면 정상에 도착한 바람은 물기가 쏙 빠져 가벼워집니다. 이 홀가분해진 바람이 산꼭대기를 넘어 반대편 경상도 쪽으로 미끄러져 내려갈 때는, 물기 하나 없는 팍팍하고 뜨거운 열풍으로 변해버리죠. 서풍이 불 때 유독 경상도 지역이 '대프리카'로 변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반대로 요즘처럼 대기 하층에 '동풍류'가 불어올 때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집니다. 이번엔 동해안 쪽에서 불어온 바람이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을 넘게 됩니다. 산을 넘기 전 동해안 쪽은 오히려 선선한 바람이 불어 기온이 뚝 떨어지지만, 이 바람이 산맥을 넘고 우리 호남과 수도권 등 서쪽 지방으로 쏟아져 내려올 때는 바싹 마른 불볕더위로 변신해버립니다. 이렇게 바람이 험준한 산을 타고 넘으면서 성질이 고온 건조하게 바뀌는 기상 현상을 전문 용어로 '푄(Föhn) 현상'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서풍이 불면 동쪽이 끓어오르고, 요즘같이 동풍이 불면 우리 호남 지방과 수도권이 가마솥더위에 갇히는 것입니다. 이 동풍이 빚어낸 푄 현상의 영향으로 당분간 서쪽 지방의 폭염이 계속 이어질 예정입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지만, 이런 무자비한 폭염 앞에서는 무조건 피하는 게 상책입니다. 한낮에는 야외활동을 자제하시고,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틈틈이 수분을 섭취하시길 바랍니다. 자연이 틀어놓은 거대한 드라이어 열풍 앞에서는 장사가 없습니다. 시원한 물 한 잔의 여유로 건강하고 무탈하게 이 여름 이겨내시길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