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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28일 “책 한 권이 다문화가족과 지역사회를 잇는다면” <김현희 글로컬정책연구원 이사>

 가을이 깊어지면서 책을 다시 펼쳐보게 되는 계절입니다. 그런데 책은 읽는 순간에만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닙니다. 한 번 읽고 책장에 머물러 있는 책 한 권도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지식이 되고, 새로운 만남의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시민이 소장한 책을 지역사회에서 함께 활용한다면 개인의 서재는 지역의 문화자원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책을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책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다문화가족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질 필요가 있습니다. 다문화가족은 단순히 책이나 교육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자신만의 언어와 문화, 독서 경험을 가진 지역사회의 구성원입니다. 생활권의 공유서가에 한국어 책뿐 아니라 다양한 언어의 도서와 자녀교육 자료, 한국어 학습자료 등을 함께 비치한다면 책은 보다 많은 가족에게 열린 문화자원이 될 수 있습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책을 읽고, 서로 다른 나라의 그림책을 소개하는 작은 독서모임도 좋은 출발이 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다문화가족이 직접 책을 소개하고 독서활동을 이끌어간다면 의미는 더욱 커집니다. 자신의 모국어와 문화를 지역주민에게 소개하고, 지역주민은 그 이야기를 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접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책은 서로 다른 문화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매개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다문화정책이 한국사회에 적응하도록 돕는 데만 머무르지 않고, 다문화가족이 지역사회의 문화자원을 함께 만들어가는 주체가 되도록 범위를 넓혀야 합니다. 책을 함께 읽고, 빌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이웃과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한 권의 책이 한 가족의 독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가족과 지역주민에게 이어질 때, 책은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가는 문화적 자원이 됩니다. 

 

 여기에 환경적 의미도 있습니다. 사용하지 않는 책을 버리지 않고 다시 순환시키는 것은 책의 수명을 연장하고 자원의 낭비를 줄이는 일이기도 하면서 우리 지역의 탄소저감 정책에도 기여합니다.

 

 결국 책 한 권의 가치는 그 책을 얼마나 오래 소장하느냐에만 있지 않습니다. 누구와 나누고, 누구와 만나며,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가느냐에 있습니다. 시민의 책이 이웃에게 전달되고, 다문화가족의 언어와 문화가 지역사회에 더해지는 도시. 그곳에서 책은 단순한 읽을거리를 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가장 일상적인 문화의 다리가 될 수 있습니다.

 

 책 한 권을 나누는 작은 실천이 서로 다른 삶을 이해하는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