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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29일 “풀어줘도 괜찮을까요” <강홍규 GIST 차세대에너지연구소 부소장>
“요즘 아이들은 휴대폰만 보고, 밖에서 통 놀지를 않아.”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생각합니다. 정말 아이들이 변한 걸까요? 아이들을 넓은 잔디밭이나 시골 마당에 데려가 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각자 놀던 아이들이 어느 순간 모여듭니다. 이름도 모르던 아이와 금세 친구가 되고, 나뭇가지를 줍고 흙을 파며 자기들끼리 규칙을 만들어 뛰어놉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닙니다. 제가 어릴 적 골목에서 해 질 녘까지 놀던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변한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아이들을 둘러싼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키우며 고민합니다. ‘혼자 놀이터에 보내도 될까?’, ‘위험한 일을 겪지는 않을까?’ 사랑해서 잡은 손인데, 어느 순간 너무 꽉 쥐고 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안전과 효율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의 행동반경을 줄이고, 스스로 관계를 만들어갈 기회까지 줄인 것은 아닐까요.
이 고민은 제가 연구하는 에너지의 미래와도 닮아 있습니다. 우리의 전력시스템은 오랫동안 중앙에서 정교하게 관리돼 왔습니다. 전기는 생산과 소비의 균형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태양광과 풍력이 늘면서 이제는 집과 공장, 마을 곳곳에서 전기를 만들고, 대형 배터리 ESS와 전기차에 저장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그것도 중앙에서 다 관리하면 되지 않을까?”
문제는 이렇게 흩어진 수많은 에너지를 중앙에서 하나하나 살피고 조정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VPP, 가상발전소입니다. 민간 사업자가 지역의 태양광과 대형 배터리, 전기차를 묶어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하고 전력시장에 참여하는 방식입니다. 말하자면, 곳곳에 흩어진 작은 에너지들이 삼삼오오 모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비슷한 걱정이 생깁니다. “정말 민간과 지역에 맡겨도 괜찮을까?” 아이의 손을 쉽게 놓지 못하는 부모의 마음과 닮았습니다. 하지만 자율은 방치가 아닙니다. 좋은 부모가 안전한 울타리를 만들어주고 아이가 그 안에서 마음껏 뛰어놀게 하듯, 에너지에서도 국가와 공공은 전력망의 안전을 지키되, 민간과 지역은 더 자유롭게 에너지를 만들고 저장하고 거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전남광주의 미래도 그렇게 그려봅니다. 햇빛과 바람, 배터리와 전기차, 기업과 마을이 연결되고, 지역 에너지의 가치가 산업과 일자리, 시민의 삶으로 돌아오는 곳. 아이도, 에너지도, 지역도 성장의 원리는 비슷합니다. 계속 손을 잡는 것이 사랑일 때도 있지만, 언젠가는 믿고 손을 놓아주어야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습니다.
통제할 것인가, 자율에 맡길 것인가. 중요한 것은 둘 중 하나를 고르는 일이 아니라, 안심하고 손을 놓아줄 수 있는 환경을 함께 만드는 일입니다. 그때 아이들은 다시 삼삼오오 뛰어놀고, 우리 지역의 작은 에너지들도 삼삼오오 연결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모인 힘이, 전남광주의 미래를 스스로 밝혀갈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