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의견

되레 내동댕이쳐진 광주시장 등록일 : 2009-02-18 00:00

어제인가?(2009.01.30) 광주mbc저녁뉴스를 보고 하도 안타까워 이 글을 쓴다. 광주mbc에는 뉴스깜이 되는지 안되는지의 여부를 가리는 데스크(이 이름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찌됐건)가 있는가나 모르겠다. 지금 얘기하려는 이 날 방송된 뉴스 한 꼭지의 내용을 대강 훑어 보자면 이렇다. 광주광역시청 어느 인터넷 게시판에 광주 시장과 이름이 같은 초등학생 엄마가 애 이름이 시장과 같아서 놀림을 당한다고 썼나 보다. 그래서 시장이 이 소식을 듣고 그 애를 시청에 까지 불러다 격려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뉴스는 뉴스를 보는 사람이 유익하다거나 흥미롭다거나 따위로 관심 끌 일이 거의 없어 보인다. 하나하나 짚어 볼테니 기자와 데스크와 광주mbc 최고 책임자는 한 번 보시라. 인터넷에 글을 올린 애 엄마부터 보통사람과 생각이 좀 다르다. 애들 학교 생활에서 통과 의례처럼 따라다니는 것 중 하나가 이름을 비꼬아 놀리거나 그 사람의 약점이나 강점 따위를 찾아내서 별명을 지어 부르는 것이다. 서로 놀리고 놀림 당하고, 웃고, 속도 상하고 그렇게 개구지게 노는 과정에서 우리 아이들은 무럭무럭 크고 자란다. 돌이켜 생각해봐도 어릴 적 동무들은 그 사람의 특징을 찾아 꼭 맞는 별명을 지어내는 데는 가히 천재들이었다. 어른들 중에 학교 다닐 때 이름으로 놀림을 주고 받은 경험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을 테다. 이름으로 놀림 받는 일이 그냥 다반사茶飯事로 여겨져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애의 엄마가 인터넷에 올릴 거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광주광역시장은 또 어떤가? 인터넷을 봤다면 "그럴 수도 있겠거니" 하고 웃어넘기면 그만이고, 정, 안타까우면 전화로 라도 위로해주고 용기를 불어 넣어주면 되지, 또 뭐가 별 일이라고 애를 시청에 까지 초청해서, 기자들 불러놓고 애를 격려한답시고 사진 찍고... 애 혼자 불러놓고 뭐하자는 건가 도대체. 그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 쌓여있을 텐데... 시장님은 한 번생각해보시라! 애들한테 시장의 모습이 존경스럽고 본받을 만 한 사람으로 비춰졌다면 시장 이름이 애들 놀림감 대상에 오르기나 했겠는가? 초등학생 이름이 시장 이름과 같다고 애들이 놀리면, 오히려, 시장은 좀 남세스럽고 부끄러워서, 조용히 자신이 어린 애들에게 비춰지는 모습과 행동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반성하여, 앞으로 잘 해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로 마련하기는 커녕 "애들이 내 이름 갖고 놀린대요!!" 하고 동네 방네 떠벌리고 자랑하는 꼴이니, 시장이 정신줄을 잡고 있기는 한 건가 모르겠다. 광주 시장은 부끄러운 낯도 없는 모양이다. 이명박 대통령 같이그러저러한 이유로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들을, 격려받아야 마땅한 사람들을 여럿이 모아 그랬다면 또 어느 정도 이해나 할 수 있지. 대통령이 요새 이러저러한 소시민들을 청와대로 초청해서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것에 대해 일부 사람들이 이미지 정치한다고 비판하는 터다. 광주 시장은 대통령이 하는 일을 겉만 보고 따라한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 줏대도 없고 자존심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시장과 보좌진들! 겉만 보고 따라한 것 같은 정신이 빠진 행위는 고귀한 시민의 자존심을 유린하는 처신으로 보일 밖에. 어찌하다 보니 시장과 그를 보좌하는 사람들의 판단이 흐려서 그런 어처구니 없는 일을 했다 치자. 그러면 일선에 출입 기자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갖게 뉴스를 제작하거나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할텐데, 그러지는 못할 망정 그 일이 잘한 일이라고 카메라까지 들고 가서, 그 일을 홍보하는 뉴스를 만들다니. 애써 억지로 기자를 이해하자면 요새 뉴스거리를 못찾아 눈치가 뵈던 중 그래도 밥값은 해야 한다는 강박에 쫓겨 엉겁결에 만들었거나, 광주시에서 홍보하니까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했던지.... 그래! 다 좋다. 여기까지 잘못은 덮어 둘 수도 있고 또 그렇게 잘못한 일도 아니다. 놀림받는 애 한테 용기를 불어 넣어주고 어깨 토닥인 것을 그다지 문제 삼을 일도 아니다. 어쩌다 안일한 생각에 기자가 취재하여 올 수도 있다. 세상 사람들이 모르고 지나가면 별 일이 아닌 듯 그냥 넘어간다. 문제는 뉴스거리가 아닌 내용이 억지로 뉴스가 되어 세상에 널리 퍼졌다는 것이다. 그 마지막 결정을 한 사람이 바로 데스크라면, 데스크는 뉴스가 전파를 타고 세상에 널리 퍼져 파동을 일으킬 건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남게 할 건가의 여부를 결정하는 막중한 자리에 있는 사람이다. 다른 잘못은 차근차근 근원으로 올라가 원인을 파악하여 고치면 되지만, 내뱉은 말을 거두어들일 수 없는 것과 같이, 방송은 한 번 나가면 되돌릴 수가 없다. 고치고 따지기가 여간해서 쉽지 않다. 걸러지지 않은 정보나 잘못된 정보는, 비난 받을 일을 하지 않은 사람이 되레 욕을 먹을 수 있고, 또 별로 잘한 일도 아닌데 부풀려지면 세상사람들에게서 과분한 칭찬을 받을 수도 있고, 그 칭찬에 도취되어 제 깜냥 모르고 욕심부리다 잘못된 사람이 나올 수도 있다. 사람에 한정해서 봐도 이럴진대 잘못된 정보가 어디 사람만 관계되는 것인가? 세상이 온통 뒤죽박죽이 된다는 말이다. 초등학생 엄마와 그 가족들, 시장과 보좌하는 사람들, 뉴스 취재기자와 그 일원들, 데스크의 여러 단계를 거치는 동안 수 많은 사람들이 관련되어 있었을텐데 한 단계라도 경계하여 고쳐 생각하였다면 뉴스로 방영되지 않았을텐데! 체로 거를 수 있는 여러 번의 기회를 놓친 것이 못내 아쉽다. 그래도 데스크를 맡고 있으면 산전수전山轉水轉 다 겪은 베테랑 아닌가? 광주mbc의 역사와 전통이 얼마인데!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전문가 집단인 우리 지방에 다른 많은 언론기관 관계자들 눈에는 어떻게 비춰졌으며 또 우리 지역에 머물러 있는 다른 지방 사람들이 이 뉴스를 봤다면 광주MBC의 뉴스 선택 기준, 우리 지역 수장首長의 자질, 우리 시민을 어떻게 봤을 것인가에 까지 생각이 미치니 아찔했다. 우리의 얼굴을 덜 부끄럽게 할 마지막 바람아닌 바람은 이 뉴스가 우리 지방에서는 광주MBC 만의 단독 보도였기를 바랄 뿐. 이러니 그 고장 사람들이 그 지역 방송을 외면하는 것을 탓할 일 만은 아니다. 물론 좀 더 매끄러운 서울의 방송 프로그램에 길들여진 시청취자의 눈높이에 맞추는데 여러 여건의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좀 부족하고 좀 어설픈 면이 있더라도 시청해 달라고 한다고 해도 그걸 따라가는 시청취자가 얼마나 있겠는가! 주어진 여건을 탓한들 그것은 공염불임을 더 잘 알 것이다. 이러한 여러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식과 재미를 주는 프로그램을 열심히 만드는 축들도 있으니 존경스럽기도 하고 측은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광주mbc는 문화 프로그램, 가장 전라도 맛을 내는 프로그램을 세상에서 제일 잘 만든다고 생각한다. 다른 지방 사람들은 절대로 할 수 없는 우리 만이 할 수 있고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우리 가까이에 있는 토속적인 그 무엇인가가 가장 보편적이고 세계적인 것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제작에 심心과 혈血을 다 써야 할 것이다. 열심히 만든 프로그램을 보고 즐기고 감동하고 이심전심이 되는 프로그램을 기대해 본다. 누구나 어디나 실수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실수의 반복은 사람을 좀 힘들게 한다. 실수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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