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의견

광주mbc 단독보도였기를.... 등록일 : 2009-01-31 00:00

어제인가?(2009.01.30) 광주mbc저녁뉴스를 보고 하도 안타까워 이 글을 쓴다. 광주mbc에는 뉴스깜이 되는지 안되는지의 여부를 가리는 데스크(이 명칭이 맞는가? 하여간)가 있는가나 모르겠다. 지금 얘기하려는 이 날 방송된 뉴스 한 꼭지의 내용을 대강 훑어 보자면 이렇다. 광주광역시청 어느 인터넷 게시판에 광주 시장과 이름이 같은 초등학생 엄마가 애 이름이 시장과 같아서 놀림을 당한다고 썼나 보다. 그래서 시장이 이 소식을 듣고 그 애를 시청에 까지 불러다 격려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뉴스는 뉴스를 보는 사람이 유익하다거나 흥미롭다거나 따위로 관심 끌 일이 거의 없어 보인다. 하나하나 짚어 볼테니 기자와 데스크와 광주mbc 최고 책임자는 한 번 보시라. 인터넷에 글을 올린 애 엄마부터 보통사람과 생각이 좀 다르다. 애들 학교 생활에서 통과 의례처럼 따라다니는 것 중 하나가 이름을 비꼬거나 그 사람의 특징을 찾아 별명을 지어 부르는 것이다. 서로 놀리고 놀림 당하고, 웃고, 억울하고 그렇게 개구지게 노는 과정에서 우리 아이들은 무럭무럭 크고 자란다. 돌이켜 생각해봐도 어릴 적 동무들은 그 사람의 특징을 찾아 꼭 맞는 별명을 지어내는 데는 가히 천재들이었다. 어른들 중에 학교 다닐 때 이름으로 놀림을 주고 받은 경험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을 테다. 이름으로 놀림 받는 일이 그냥 다반사茶飯事로 여겨져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애의 엄마가 인터넷에 올릴 거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광주광역시장은 또 어떤가? 인터넷을 봤다면 "그럴 수도 있겠거니" 하고 웃어넘기면 그만이고, 정, 안타까우면 전화로 라도 위로해주고 용기를 불어 넣어주면 되지, 또 뭐가 별 일이라고 애를 시청에 까지 초청해서, 기자들 불러놓고 애를 격려한답시고 사진 찍고... 비슷한 처지의 다른 어려움에 처한 여러 사람들을 모아서 그랬다면 또 모르지. 그런데 그 애 혼자 불러놓고 뭐하자는 건가 도대체. 그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 쌓여있을 텐데... 이명박 대통령이 그러저러한 이유로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들, 격려받아야 마땅한 소시민들을 함께 청와대로 초청해서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것에 대해서도 일부 사람들이 이미지 정치한다고 비판하는 터다. 광주 시장은 대통령이 하는 일을 겉만 보고 따라한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 줏대도 없고 자존심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시장과 보좌진들! 그런 정신이 빠진 행위는 고귀한 시민의 마지막 자존심마저 짓밟는 짓이다. 시장님은 한 번 생각해보시라! 애들한테 시장의 모습이 존경스럽고 본받을 만 한 사람으로 비춰졌다면 시장 이름이 애들 놀림감 대상이 되었겠는가? 초등학생 이름이 시장 이름과 같다고 애들이 놀리면, 오히려, 시장은 좀 남세스럽고 부끄러워서, 조용히 자신이 어린 애들에게 비춰지는 모습과 행동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반성하여, 앞으로 잘 해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로 마련하기는 커녕 "애들이 내 이름 갖고 놀린대요!!" 하고 동네 방네 떠벌리고 자랑하는 꼴이 됐으니, 시장이 정신줄을 잡고 있기는 한 건가 모르겠다. 광주 시장은 부끄러운 낯도 없는 모양이다. 어찌하다 보니 시장과 그를 보좌하는 사람들의 판단이 흐려서 그런 어처구니 없는 일을 했다 치자. 그러면 일선에 출입 기자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갖게 뉴스를 제작하거나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할텐데, 그러지는 못할 망정 그 일이 잘한 일이라고 카메라까지 들고 가서, 그 일을 홍보하는 뉴스를 만들다니. 애써 억지로 기자를 이해하자면 요새 뉴스거리를 못찾아 눈치가 뵈던 중 그래도 밥값은 해야 한다는 강박에 쫓겨 엉겁결에 만들었거나, 광주시에서 홍보하니까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했던지.... 그래! 다 좋다. 여기까지 잘못은 덮어 둘 수도 있고 또 그렇게 잘못한 일도 아니다. 놀림받는 애 한테 용기를 불어 넣어주고 어깨 토닥인 것을 그다지 문제 삼을 일도 아니다. 어쩌다 안일한 생각에 기자가 취재하여 올 수도 있다. 세상 사람들이 모르고 지나가면 별 일이 아닌 듯 그냥 넘어간다. 문제는 뉴스거리가 아닌 내용이 억지로 뉴스가 되어 세상에 널리 퍼졌다는 것이다. 그 마지막 결정을 한 사람이 바로 데스크라면, 데스크는 뉴스가 전파를 타고 세상에 널리 퍼져 파동을 일으킬 건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남게 할 건가의 여부를 결정하는 막중한 자리에 있는 사람이다. 다른 잘못은 차근차근 근원으로 올라가 원인을 파악하여 고치면 되지만, 내뱉은 말을 거두어들일 수 없는 것과 똑같이, 방송은 한 번 나가면 되돌릴 수가 없다. 고치고 따지기가 여간해서 쉽지 않다. 걸러지지 않은 정보나 잘못된 정보는, 비난 받을 일을 하지 않은 사람이 되레 욕을 먹을 수 있고, 또 별로 잘한 일도 아닌데 부풀려지면 세상사람들에게서 과분한 칭찬을 받을 수도 있고, 그 칭찬에 도취되어 제 깜냥 모르고 욕심부리다 잘못된 사람이 나올 수도 있다. 사람에 한정해서 봐도 이럴진대 잘못된 정보가 어디 사람만 관계되는 것인가? 세상이 온통 뒤죽박죽이 된다는 말이다. 초등학생 엄마와 그 가족들, 시장과 보좌하는 사람들, 뉴스 취재기자와 그 일원들, 데스크의 여러 단계를 거치는 동안 수 많은 사람들이 관련되어 있었을텐데 한 단계라도 경계하여 고쳐 생각하였다면 뉴스로 방영되지 않았을텐데! 체로 거를 수 있는 여러 번의 기회를 놓친 것이 못내 아쉽다. 그래도 데스크를 맡고 있으면 산전수전山轉水轉 다 겪은 베테랑 아닌가? 광주mbc의 역사와 전통이 얼마인데!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전문가 집단인 우리 지방에 다른 많은 언론기관 관계자들 눈에는 어떻게 비춰졌으며 또 우리 지역에 머물러 있는 다른 지방 사람들이 이 뉴스를 봤다면 광주MBC의 뉴스 선택 기준, 우리 지역 수장首長의 자질, 우리 시민을 어떻게 봤을 것인가에 까지 생각이 미치니 아찔했다. 우리의 얼굴을 덜 부끄럽게 할 마지막 바람아닌 바람은 이 뉴스가 우리 지방에서는 광주MBC 만의 단독 보도였기를 바랄 뿐. 이러니 그 고장 사람들이 그 지역 방송을 외면하는 것을 탓할 일 만은 아니다. 물론 좀 더 매끄러운 서울의 방송 프로그램에 길들여진 시청취자의 눈높이에 맞추는데 여러 여건의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좀 부족하고 좀 어설픈 면이 있더라도 시청해 달라고 한다고 해도 그걸 따라가는 시청취자가 얼마나 있겠는가! 주어진 여건을 탓한들 그것은 공염불임을 더 잘 알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여러 어려운 여건 속에서 지식과 재미를 주는 프로그램을 열심히 만드는 축들도 있으니 존경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측은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광주mbc는 문화 프로그램, 가장 전라도 맛을 내는 프로그램을 세상에서 제일 잘 만든다고 생각한다. 다른 지방 사람들은 절대로 할 수 없는 우리 만이 할 수 있고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우리 가까이에 있는 토속적인 그 무엇인가가 가장 보편적이고 세계적인 것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제작에 심心과 혈血을 다 써야 할 것이다. 열심히 만든 프로그램을 보고 즐기고 감동하고 이심전심이 되는 프로그램을 기대해 본다. 누구나 어디나 실수할 수 있다. 다만, 실수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따름인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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