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의견

밴드 뷰렛의 보컬이자 난장의 MC였던 문혜원 입니다. 등록일 : 2017-06-13 01:46

안녕하세요, 저는 밴드 뷰렛의 보컬이자 난장의 MC였던 문혜원이라고 합니다. 난장이 벌써 10주년이 되었네요. 그리고 그 축하가 가시기도 전에 폐지수순을 밟게 되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10년. 먹고 자고 떼쓰던 갓난아기가 어느새 쑥 자라나 초등학생이 되버리는 시간. 긴 세월 고된 공부를 끝내고 한 명의 의사가 탄생하는 시간. 어느 분야든 그 시간만큼 정진하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심지어 강산도 변하게 한다는 그 10년. 광주MBC는 그 긴 시간 동안 난장을 키워오셨습니다. 그 동안의 노고에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그런 프로그램의 폐지를 결정하기까지 참으로 많은 심사숙고가 있으셨을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장을 아끼고 폐지를 아쉬워하는 사람 중 한 명으로써,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시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몇 자 적어봅니다. 난장을 사랑합니다. 시청자들에게는 공중파에서 좀처럼 접하기 힘든 다양한 음악을 소개해주는 특별한 통로였고 뮤지션에게는 모든 프로그램에서 음악이 예능으로 소비되는 요즘 같은 시대에 온전한 라이브를 할 수 있는 정통 라이브 프로그램으로써 누구나 기꺼이 서고 싶은 무대였습니다. 특히 유명하지 않아도 실력있는 누구에게나 열린 무대로 신인 뮤지션들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또한 공중파에서 좀처럼 볼 수 없어 공연장 직캠 정도로 밖에 접할 수 없었던 (예를 들어 지금처럼 유명세를 타기 전의 신현희와 김루트, 또는 역대 난장 MC 중 한 분이신 음악대장 하현우씨가 몸 담고 계시는 국카스텐, 발표하는 음반마다 명반을 발매하는 언니네 이발관, 못, 피아 등 셀 수 없이 많은 팀들의) 라이브 영상들이 고퀄리티로 남아 언제든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은, 되려 난장을 거쳐가지 않은 뮤지션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운 지금, 지난 10년 간의 한국 인디음악씬을 기록해 온 역사자료 박물관으로써 한국 대중음악사에 길이 남을 만한 업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난장에 깊은 감사를 보냅니다. 저 역시 20대에 뷰렛을 시작해 슬럼프도 있었고 공백기도 가졌습니다만 4년만에 다시 이 씬에 돌아왔을 때 언제나 한결같이 그 자리에 있던 난장이 저희 팀의 복귀무대를 꾸며주셨고 그 응원을 발판삼아 7년만의 정규앨범 발표 후 최근에는 영국에서 열린 TGE FESTIVAL에 초청되는 등의 활발한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난장이 폐지되고 그 자리에 음악예능 포맷이 들어설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음악예능은 이미 넘치지만 난장이 해왔던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은 없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초특급 블록버스터 영화들 속에 가슴을 울리는 다큐멘터리처럼, 똑같은 프랜차이즈들 속에 손 맛이 특별한 맛집처럼, 수많은 비즈니스 관계들 속에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오래된 10년지기 친구처럼, 그렇게 특별한 가치가 있는 난장이 좀 더 우리 곁에 있어주기를 바랍니다. 난장은 다릅니다. 난장은 유일합니다. 난장은 좀 더 계속되어야 합니다. 난장은 아직 할 일이 많습니다. 난장을 원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습니다. 우리는 난장을 사랑합니다. 비록 소수일지라도, 그렇기에 절실히 난장이 필요합니다. 난장의 폐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 글을 보시는 분들 또한 관심 가져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ㅡ 뷰렛 보컬, 문혜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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