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크레파스와 색연필로 그림을 그린지
2년이 된 95살 초보 작가가
첫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수수하지만 따뜻함이 느껴지는데요.
할머니의 시선이 담긴 그림의 이야기를
임지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환한 미소를 보이며 꽃밭에 앉은 한 소녀,
알록달록 색의 나비들이 그 주위를 맴돕니다.
화려한 깃털을 수놓은 부엉이부터
앙상한 나뭇가지 아래 서 있는 사슴까지,
전문가 솜씨는 아니어도,
섬세하고 정교한 선들이 눈에 띕니다.
아흔 다섯 김옥자 할머니의
손 끝에서 탄생한 작품들입니다.
* 김옥자 / 95살
"내가 뭐 하나를 그렸네. 완성해 놓고 보면
기쁨이 오고. 그것이 이제 그림을 통해서 얻는 결과예요."
손수건에 새겨진 그림을 보고
일기장 한쪽에 볼펜으로 끄적이다,
딸이 선물해 준 색칠용품으로
그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어느새 모인 작품만 109점입니다.
* 김옥자 / 95살
"일기 쓰던 볼펜으로 한쪽엔 일기 쓰고
이쪽에다 볼펜으로 그려봤어요.
그리다 보니까 한 권 두 권 세 권을.."
김 할머니에게 그림은 고단한 인생의
새로운 시작이자 작은 행복이었습니다.
스물두 살, 평양의 한 국민학교 교사였던
김 할머니는 6.25 전쟁으로 피난길에 올라
낯선 땅에 정착했습니다.
70년의 세월이 지나고서야
그림을 시작했지만 실력은 출중합니다.
우연히 엄마의 그림을 보게 된 딸이,
작품을 모아 전시회를 기획했습니다.
* 김성숙 / 김옥자 할머니의 딸
"(일기장 속 엄마의 그림을 보고) 크레파스, 크레용 색연필..
이런 걸 쉽게 잡아서 그리는 걸 갖다 드렸더니
갑자기 활발해지셨어요 그림들이."
하루하루 감사함으로 채워나가는
김 할머니의 작품은 다음 달 29일까지
전시될 예정입니다.
그림으로 기쁨과 감사함을 나누고 싶다는
할머니의 꿈은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MBC뉴스 임지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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