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도 주고 떠났다' ...의령 봉사왕 공도연 할머니

박민상 기자 입력 2023-12-27 09:53:22 수정 2023-12-27 09:53:22 조회수 1

(앵커)
평생 나눔과 봉사활동을 하다
세상을 떠난 한 할머니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져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할머니는 생의 마지막까지
나눔을 몸소 실천했습니다.

MBC경남 박민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봉사 기록이라 적힌 빛바랜 일기장,

이웃에게 고기나 떡 같은 음식을 나눠주고
도움을 준 일들이 빼곡히 적혀 있습니다.

지난 9월, 82살에 돌아가신 공도연 할머니가 
나눔과 봉사활동을 직접 기록한 일기장입니다.

17살에 시집온 할머니는 이웃에게 
밥 동냥을 할 정도로 가난에 허덕였습니다.

근면 성실한 생활로 형편이 나아진 30대부터
할머니는 나눔과 봉사에 나섰습니다.

50년 넘게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어려운 이웃과 학생을 위해 
성금과 장학금을 쾌척했고,

보건 진료소 건립을 위해 
사비로 땅을 구입해 의령군에 기탁했습니다.

* 김용수(마을주민)/의령군 송산리 
"할머니가 소 몇 마리를 키우는 축사가 있어서요.
그 소를 팔고 대지를 우리 진료소를 짓기 위해 기증을 하셨고.."

봉사활동도 적극적이었습니다.

마을 소득 증대 사업을 독려하고,
여성 주민들에게 한글과 자전거 타기를 가르쳤습니다.

'의령 봉사왕'으로 불린 할머니에게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마을 주민들은 '사랑의 어머니' 동상을
건립하기도 했습니다.

* 강증석(마을주민)/의령군 송산리
"항상 근면 성실하신 것은 몸에 배어 계시고,
자기가 힘듦에도 불구하고 남을 위해 많이 사셨다
그런 생각이 많이 들고.."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리어카를 끌면서 나물을 내다 팔고 
고물을 주어 번 돈으로 
할머니는 기부를 이어갔습니다.

* 박해곤 /공도연 할머니 장남
"시간만 나면 고사리 같은 거 뜯어서 
말려 가지고 팔아서 돈이 조금 모이면 
어르신들 밥 사드리고 군에 장학금도 주고.. " 

할머니는 생의 마지막 순간, 
자신의 시신을 의대에 실습용으로 
기증하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지난해 돌아가신 
남편 박효진 할아버지의 시신도 
의대에 기증됐습니다.

* 강윤식 경상국립대 의과대학장
"두 분이 보여주신 유지와 고귀한 뜻을 잘 받들어서
정말 저희가 훌륭한 의사들을 양성하는데
두 분의 시신이 잘 활용되도록..."

평생 나눔과 헌신을 실천한 
작은 거인 공도연 할머니의 끝없는 선행이
우리에게 큰 울림과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MBC NEWS 박민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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