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금융기관이나 지자체마다 농민을 돕기 위해
낮은 금리로 농업 자금을 빌려주는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는데요.
그런데 농민들이 이 대출을 받으려다 오히려
돈을 잃고 부정 대출자로 몰리고 있다고 합니다.
'농민 울리는 대출사기'
강서영 기자가 집중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2021년 고흥으로 귀농한 56살 이의돌씨.
이씨가 '농어촌진흥기금' 대출을 받게된 건
모종사업자 지 모 씨를 알게 되면서였습니다.
"자기가 판매하는 '하수오' 모종을 사서 심으면
해당 대출을 받도록 도와주겠다"는 겁니다.
'농어촌진흥기금 융자지원사업'은 매년 도비 500억 원을 들여
농어업인에게 최고 1억원을 1% 금리로 대출해주는 정책입니다.
*이의돌 / 농민
"여기 작물을 심어야 되는데. (지씨는) 20년 동안이나
이걸 해왔다고 했거든요. 자기네들은 굉장히
정직하다는 것을 강조를 하면서.."
그렇게 지씨와 대출 서류를 준비하던 도중
이씨는 이상한 점을 눈치챘습니다.
총 1억 원을 빌려
1천만 원은 지씨로부터 하수오 1만 주를 구매해 심고
9천만 원은 운영 자금으로 사용하려던 게 이씨의 계획이었지만,
지씨로부터 받은 세금계산서에는
그 10배인 하수오 10만 주를 구매하는 것으로 나와 있었던 겁니다.
또 이에 맞춰 자금 사용 계획서엔 대출금 전액을
운영비 없이 오로지 모종 구매로만 사용하겠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이씨가 문제를 제기하자, 지씨는 그제서야
'모종 구매'로만 받을 수 있는 정책 대출이라는 취지로 해명했습니다.
때문에 우선은 전액 모종을 구매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야 한다는 겁니다.
*종자사업자 지 모 씨
"운영자금은 뭐하라고 나와? 종자. 농사짓는데 사용하라고.
선정만, 선정이 되면은 자기 돈이야.
그것도, 어 내가 해주니까 그렇지 너네는 하라고 해도 못해."
대출 준비과정 내내 지자체와 지역 농업계와의 인맥을 과시했다는 지씨.
때문에 이씨는 마음이 불편하면서도
'관행적인 대출방법'이라는 지씨의 말을 믿게 됐고
대출을 감행했습니다.
*모종사업자 지 모 씨(전남도청 주무관과의 통화)
"백이 든든하네. 나의 왕 백이 있다니까.
아무튼 부탁드려요. (사업 번창하시면 좋다.)"
그런데 취재 결과 '모종으로만 대출받을 수 있다'는
지씨의 말은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농업과 관련된 비용이면
1억 원 이내에서 폭넓게 사용할 수 있었던 겁니다.
이렇게 지씨에게 속아
불필요한 거짓 대출 서류를 제출한 이씨는
심지어 서류에 맞게 송금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말에
대출금 전액을 지씨에게 보내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씨는 고흥군으로부터
'가짜 대출 서류'를 작성했다며
대출금 회수조치까지 받아
그야말로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노유진 / 이의돌씨 남편
"제가 만져보지도, 구경도 못한 돈을 지00가 먹고
저는 그 돈을 매일 갚아야 된다는 게 제정신으로
살기가 좀 힘들어요."
농어민들의 소득을 보전하고 돕기 위한
'농어촌진흥기금 융자지원사업'이
금융과 행정에 미숙한 농민들을 대상으로 한
신종 사기에 악용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강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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