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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뉴스데스크

'농업용수 쓰는 골프장', 가뭄에도 푸른 잔디

(앵커)
역대급 가뭄으로 밭작물은 타들어가는데
골프장 잔디는 어찌된 일인지 푸르기만 합니다.

농민들은 물전쟁이라고 부르는
물부족 사태 속에 농어촌공사는 농업용수를
공공연하게 골프장으로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양정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전남 해남에 위치한 파인비치 골프장입니다.

푸른 잔디가 펼쳐져 있고,
나무숲은 녹음이 우거져 있습니다.

코스 위에 만들어 놓은
인공 연못도 물이 꽉 차 있습니다.

강수량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등
유례없는 가뭄 상황이란 게 무색할 정도로 골프장 관리가
잘 되고 있습니다.

* 골프장 관계자
"저희들이 폰드(인공호수)가 이렇게
내려가면 시각적으로 보기가 좋지 않지 않습니까.
저희들 상품을 팔아야 되니까"

골프장이 푸른 코스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골프장과 8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신덕저수지는
인근 428헥타르 농지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1986년 지어진 농업용저수지입니다.

작년 이맘때쯤 저수율은 70~80%
정도로 여유가 있었지만 올해는 30%대로
용수공급이 어려워질 수준입니다.

그런데 파인비치 골프장은 신덕저수지에서
올해에만 24만 톤의 물을 끌어다 썼습니다.

2019년 이후 골프장 잔디와 조경에 쓰인
농업용수가 141만톤에 이릅니다.

물론 공짜는 아닙니다.

농어촌공사는 골프장에
톤당 68원에서, 81원 가량에 물을 팔아
같은 기간 1억여 원의 수익을 거뒀습니다.

*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
"국가에서 농어촌공사에 있는 자원을 활용해서 수요를 창출해
도로공사는 요금을 받듯이 농어촌공사 저수지도
남는 잉여수만 있으면 사용하는게 국가 법입니다. "

푸른 잔디로 뒤덮힌 골프장
인근 농지들은 누렇게 말라 있습니다.

지척에 저수지를 뒀지만,
봄부터 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다고
농민들은 아우성입니다.

작물들이 타죽으면서, 아예 밭을
갈아엎는 곳까지 속출하고 있습니다.

* 김선택 / 해남군 문내면
"농민들 쪽으로 물을 줘야지, 뭐 쓸데없는
골프장 같은 데 물을 줘서 쓰겠어?"

농어촌공사는 농업용수가 여유로울 때
법적으로 목적외사용이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저수율이 60% 미만으로 떨어진 시점부터는
골프장에 물을 팔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어쨌든 골프장에 물을 공급했던 신덕저수지의
저수율은 현재 20% 초반대로 심각단계에 놓여있습니다.

올해 농업용수를 골프장에 판매한
농업용저수지는 전국에 14곳에 이릅니다.
MBC뉴스 양정은입니다.
양정은
목포MBC 취재기자
사건ㆍ경제
"귀 기울여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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