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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 더] 집중취재

(시사본색 정면응시) 어느 직업계고교생의 죽음

(앵커)
복잡한 이슈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시간, 정면응시입니다.


김철원 기자. 오늘 정면응시 주제는 무엇인가요?

(기자)

네, 두 달 전 여수에서 있었던 고등학생 사망사고와 관련한 이야기입니다.

직업계고교 3학년 학생이 여수 요트선착장에서 요트 바닥에 붙어 있는 따개비를 제거하는 일을 하다 숨지는 일이 있었는데요. 이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우선 지난달 있었던 사건개요를 준비된 화면으로 보시겠습니다.

리포트1-------------------------------------------------------

여수시 웅천동 이순신마리나 선착장에 요트 수십척이 정박해 있습니다.

여수해양과학고 3학년 홍정운 군이 학교 대신 이 요트장으로 출근을 시작한 건
지난 9월 27일.

학교를 졸업하고 요트사업하는 꿈을 갖고 있던 홍군이 관광객에게 유람을 시켜주는 이 요트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일을 시작한 지 열흘째인 지난 10월 6일, 홍군은 미처 꿈을 쳐보지도 못한 채 열여덟 짧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오전 10시쯤 요트 바닥에 붙은 따개비를 뜯어내러 바다에 뛰어들었는데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몸에 맞지 않은 잠수장비를 착용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인터뷰) 홍성기(故 홍정운 군 아버지)
"그 날이 처음이거든요. 잠수하는 게. 잠수장비가 몸을 조이니까 불편한 게 어딥니까. 조끼하고 오리발이거든. 이것부터 푼 거예요. 그리고 30분 동안 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체력이 소모됐을 것 아닙니까. 아무리 건강한 체구라도. 이 손을 놓은 겁니다. 조끼하고 오리발을 뺀 상태에서. 그러면 웨이트벨트(납으로 된 잠수장비 )만 찬 상태이잖습니까. 이 손을 놓자마자 1초만에 8미터 아래로 쑥 빨려들어간 거예요."

사고가 나자 문재인 대통령은 현장실습 안전 대책 마련을 지시했고 유은혜 교육부총리는 유가족에게 사과했습니다.

교육부를 비롯한 각급 시도교육청이 직업계고등학교 현장실습 불법행위 점검에 나섰고 경찰은 사고가 일어난지 보름만에 업주를 구속했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 사고현장은 온통 불법투성이었습니다.

홍군은 요트 관광객 응대를 생각하고 일을 시작했지만 업주는 성인 전문가도 하기 힘들고 위험한 작업인 수중에서 요트 바닥 청소를 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사고 당시 홍군은 잠수자격증도 없었고 심지어 잠수경험도 없었습니다.

(녹취)요트업체 대표 2021-10-20 MBC뉴스데스크
"(기자)물에 들어가라는 지시 따로 하신 적 없으세요?
"......"

해당업체가 홍군 그리고 홍군의 학교와 맺은 현장실습 계약서입니다.

하루에 7시간씩 주 35시간 일하도록 돼 있지만 하루 12시간 이상 노동하기 일쑤였습니다.

잠수를 할 때는 2인 1조가 기본이고 잠수작업을 할 때는 물 밖에 별도의 안전관리자가 있어야 했지만 홍 군 혼자 일을 하다 변을 당했습니다.

1인 기업인 이 업체 대표는 홍군이 바다 아래로 가라앉자 선착장에서 우왕좌왕하다 구조 골든타임도 놓치고 말았습니다.

(전화인터뷰)김홍배 (故 홍정운 군 이모부)2021.10.8 여수MBC 뉴스데스크
"(119에) 신고를 해야 하는데 신고를 안했어요. 1차 사람이 실패하고 다른 사람이 또 들어갔어요. 세번째는 거기 민간 잠수사가 있었대요. 잠수사가 와서 보고 내려가서 구출한 거예요. 그동안 벌써 시간이 30분 이상 지난 거예요."

학교 역시 학생을 실습생으로 맡기면서도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습니다.

학교와 요트업체가 맺은 실습협약서를 보면 업주가 홍군에게 줘야 할 임금란이 비어 있습니다.

적응기간과 수당등 곳곳이 빈칸인데도 학교는 문제없다며 도장을 찍었습니다.

(녹취)여수해양과학고 관계자/ 2021-10-20 MBC뉴스데스크(음성변조)
"학교에서는 최선을 다해서 애들을 보냈는데 업체에서 뭐가 문제가 잘못돼서…"

수능 시험이 치러지던 지난 11월 18일 정운군의 아버지는 아들을 묻은 추모공원을 찾았습니다.

다른 형제들 학비 대느라 고생인 부모님을 걱정해 직업계고를 선택했던 효자 아들 정운이.

비록 직업계고를 선택하긴 했지만 대학진학에도 생각이 있었던 터라 이번에 사고를 당하지 않았더라면 수능시험장에 있었을 시간이었습니다.

(인터뷰)홍성기(故 홍정운 군 아버지)
"이런 사고가 없었다면 당연히 수능을 보죠. 당연히. 저희들은 그렇게 권유를 하죠. 오늘이 수능날인데 저희도 아침에 뉴스를 보면서 애기 엄마와 안좋았습니다. 다른 애들은 수능 보고 친구들도 시험보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정운이는 없다. 죽어버리고 없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애기 엄마가 또 울고......"

(앵커)

직업계고교의 현장실습 사고는 이 뿐만이 아니죠?

(기자)
네,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정확히 10년 전 광주에서도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현장실습을 나와 일을 하던 영광실고 19살 김민재군이 기아차 기숙사에서 뇌출혈로 쓰러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또, 4년 전 제주에서는 생수업체에서 이민호군이 현장실습하다 기계에 끼어 숨지는 일이 있었는데요 이런 일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동안 직업계고등학교 현장실습에서 일어난 비극을 정리했습니다.

리포트2------------------------------------------------

지난 2017년 11월 9일 제주도의 한 생수 공장입니다.

생수상자를 나르던 컨베이어 벨트가 멈추고 누군가 기계 안으로 들어가 살피는 순간, 생수를 포장하는 육중한 선반 쇳덩이가 내려와 사람을 누릅니다.

선반에 눌린 사람은 18살 이민호 군, 서귀포산업과학고 3학년생으로 현장실습을 하다 사고를 당했는데 병원으로 옮겨진 지 열흘만에 숨졌습니다.

(인터뷰)박정숙/故 이민호 군 어머니 2019-08-20 MBC뉴스데스크
"기계가 민호를 누르고 있는 동안에 그 사람들이 민호를 발견도 못하고 애를 꺼낼 생각도 안하고 있을 때 민호가 얼마나 무서웠을까…"

석 달 전부터 기계가 수시로 멈춰서는 이상 조짐을 보였지만, 회사는 안전장치도, 감독자도 없이 실습생인 민호군에게 작업을 맡겼습니다.

현장실습 석달 남짓한 기간동안 민호 군은 두번의 사고를 겪었고, 결국 세번째 사고로 숨졌습니다.

(인터뷰)이상영/故 이민호 군 아버지
"(전임자가) '수리를 해야겠다' 보고를 계속했는데, 위에서 계속 잘라버린 거예요. 왜 안전망을 설치 안 했느냐 했을 때, '그거는 권고 사항이지 의무사항이 아닙니다'. 나중에 봤더니 다 의무사항이었어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지난 2011년,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일어난 현장실습생 김민재군 사건은 직업계고 학생들의 고된 노동현실의 맨살을 드러낸 사건이었습니다.

영광실고 3학년이던 김 군은 작업의 위험성 때문에 기아차 정규직 직원들도 기피하던 페인트 도장공장 작업장에 투입됐습니다.

중노동을 해야 했던 민재군은 2011년 12월 17일 공장 기숙사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습니다.

고등학생 현장실습생인 민재군에게 기아자동차는 야근과 잔업을 포함해 하루 10시간 이상 2교대로 일을 시켰는데 최대 58시간 근무를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민재군의 병명은 뇌출혈, 중노동이 원인인 것으로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녹취)기아자동차 광주공장 관계자/2011. 12.21 광주MBC 뉴스데스크
"실습생 전반에 걸친 문제점을 검토하고 개선하겠다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이고, 일단 이분들은(현장실습생들은) 학교로 복귀시켰습니다"

그런데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기아자동차는 김민재군을 비롯한 현장실습생에게 중노동을 시키면서도 줘야 할 돈을 제대로 주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이 받지 못한 돈은 야근수당과 상여금 등 18억여원에 달했습니다.

(인터뷰)당시 기아자동차 현장실습고교생
"일을 배우고 말고 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기아차 정규직) 일하는 거 보고 저희가 똑같이 따라하는 거죠. 일하는 시간이나 이런 것도 똑같이 채우면서. 거기 직원들 보면 추가근무나 특근 안하는 분들이 계세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저희는 근무시간 다 채워도 그분들(정규직) 보다(임금, 상여가) 한참 못 미치죠."

기아차가 일을 시킬 때는 정규직이 싫어하는 일을 시키면서도 상여나 수당을 줄 때는 학생 취급을 한 것이었는데 대기업이 취업이 간절한 학생들의 사정을 이용해 노동력을 값싸게 착취했다는 비난이 지역사회에서 일었습니다.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김군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의식을 찾지 못한 채 광주지역 병원을 전전하며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민재군의 부모는 어찌된 이유인지 언론과의 인터뷰 요청에 모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고 직후인 지난 2012년 광주MBC가 제작한 휴먼 다큐멘터리를 통해 민재군 부모의 심경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습니다.

(인터뷰)김민재군 아버지(2012년 作 광주MBC 휴먼다큐 너는 내운명 '일어나라 민재야' 中
"기아자동차 옷까지 여기 다 있어요. 기아자동차 다니면서 자기가 꿈을 꾸고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기아자동차에 들어갔다는 것이 자기한테는 정말로 좋은 기회고 자기 꿈을 펼칠 수 있다는 그런 꿈에 젖어 있었어요. 그래서 대학교도 자동차 관련 학과로 진학하려고 했거든요."

직업계고교 학생들이 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변을 당하는 일은 해마다
일어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난 2014년 CJ제일제당 충북 진천 공장으로 현장실습을 나갔던 김동준 군.

하루 13시간 무거운 고깃덩이를 씻고 나르는 일을 도맡았는데 이런 중노동보다 더 힘들었던 건 상급자들의 가혹한 폭행이었습니다.

폭행 사실을 부모나 회사에 알리면 죽이겠다는 협박까지 들어야 했고, 이를 견디다 못한 동준군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인터뷰)강석경/현장실습생 故 김동준 군 어머니 2019-08-20 MBC뉴스데스크
"(아들이 상급자에게) '왜 때리느냐고, 맞을 일 없지 않냐' 그러니까 다시 엎드려뻗쳐 시켜놓고 머리를 신발 신은 발로 막 짓이겼다고…"

지난 2016년 경기도 군포시 직업계고교에 다니던 김동균 군도 경기도 성남의 뷔페 음식점 직원의 폭행과 성추행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인터뷰)김용만/현장실습생 故 김동균 군 아버지
"상관한테 얘기하니까 'XX 지금 이렇게 바쁜데 손님 이렇게 밀려들고… ' 폭행도 일어나고 뭐 뺨도 맞고, 굉장히 욕도 먹고 심하게 하니까 거기서 모욕감도 당하다 보니까…"

울산 신항만 작업선 전복사고로 숨진 故 홍성대 군, 폭설로 공장 지붕이 무너져 심야에 일을 하다 숨진 故 김대환 군, LG U+ 콜센터에서 성과압박을 이기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 홍수현 양 등 현장실습을 하던 고교생들이 꿈을 채 펴보지 못하고 스러져 간 사건은 해마다 계속되고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많은 현장실습 고교생들이 일터에서 죽음을 맞고 있는데, 정부나 교육 당국에서 대책을 내놔야 할 것 같은데요?

(기자)
네, 현장실습에서 이같은 사망사고가 날 때마다 교육부는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번 故 홍정운군 사고와 관련해서도 개선대책이 준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교조 등 교육시민단체는 개선책이라는 게 발표된다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참에 현장실습 제도를 아예 폐지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현장실습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쪽에서는 유지하되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취재된 화면 보시겠습니다.

리포트3------------------------------------------

여수에서 일어난 홍정운군 사건 이후 교육부는 각 시도교육청을 상대로 현장실습에서의 불법행위를 전면조사하고 있습니다.

광주의 직업계고등학교 13개, 전남 47개 등 모두 60개 직업계고등학교에서 올 한해 현장실습을 나간 고등학생들은 1천4백여명에 달합니다.

시도교육청이 서면과 현장조사를 세차례 벌였지만 이들 기업체들에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만한 위법사항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은태욱 광주시교육청 장학사
"학생들이 나가 있는 현장실습 기업이 환경 자체가 안전한가 그리고 학생들 인터뷰를 통해서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직장 내에서 어려움이 없었는가 이런 부분을 점검했는데 안전점검에서는 모두 적합하다는 판정이 되었고요 학생들 면담결과는 학생들은 특이사항은 없다. 잘 적응하고 있는 상황이고 어려움이 있을 때는 선생님과 취업담당교사들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하지만 전수조사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일선의 교사와 학생들은 은폐돼 있는 현장실습의 문제점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고 말합니다.

2년 전 지역의 모 직업계고등학교에서 고3 여학생이 현장실습차 나간 업체 남성직원들에게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기계금속 관련 업체에서 일하는 50대 남성과 30대 남성은 19살 여학생에게 부적절한 발언과 함께 신체접촉을 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인터뷰)000 직업계고교 교사(당시 학생부장)
"여학생에게 가슴 발육이 잘됐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엉덩이를 뒤에서 허리를 감싸기도 하고 이런 일이 있어서 그 학생이 담임선생님께 연락이 왔어요. 이런 사실이 있어서 현장실습을 더 진행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경찰수사 결과 업체 직원들의 성범죄는 모두 사실로 드러났고 재판에 넘겨져 처벌을 받았습니다

사회에 일찍 진출해 일하고 싶은 열정이 컸던 여학생은 현장실습 중단 이후 마음의 큰 상처를 입고 학교, 친구들과 연락을 모두 끊었습니다.

(인터뷰)000 직업계고교 교사(당시 학생부장)
"가장 힘이 없고 가장 말 잘 듣는 그러한 존재로 늘상 대하고 그러기 때문에 함부로 하고, 존중받지 못하고 착취의 대상이 되고 이런 것들이 교육의 이름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저희들 교사 입장에서는 굉장히 고통스럽죠. 그래서 실제로 그 여학생도 그 이후로 자기 전화번호도 바꿔버리고 이런 상황으로 온 것 같습니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현장실습생 김민재군이 뇌출혈로 쓰러지고 폭언과 성추행을 견디다 못한 현장실습생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등 현장실습에서 비극이 발생할 때마다 교육당국은 개선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2017년 제주에서 이민호군 사망사고 이후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김상곤 당시 부총리가 한 발언입니다.

(녹취)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2017년 12월)
"학생을 노동력 제공 수단으로 활용하는 조기취업형태의 운영방식을 2018년부터 전면 폐지하겠습니다."

취업 중심 현장실습을 학습 중심으로 바꾼다며 실습 기간을 최대3개월로 제한하고 기업선정 절차도 강화했지만 개선대책의 효과는 길지 않았습니다.

강화된 규제에 못 맞추겠다며 기업들이 실습에서 잇따라 빠지자 불과 1년만에 기업 선정 절차를 다시 간소화한 겁니다.

엄격한 기준을 충족한 ‘선도기업’ 중심의 현장실습만 진행키로 했다가 학교가 서류만으로 평가한 ‘참여기업’에서도 현장실습이 가능하도록 허용한 게 골자였습니다.

(녹취)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2019년 1월)/
"현장실습이 위축돼 취업률의 급격한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현장의 많은 우려를 수용해서 조기에 현장실습제도를 보완하고 개선해가고자 합니다."

이번에 사고가 난 여수의 요트기업은 대표 황모씨 1인이 운영하는 인기업으로 선도기업보다 열악한 참여기업 자격으로 현장실습생인 홍정운 군을받 아들였습니다.

이민호 군 사망 이후 마련된 개선안대로 시행이 됐더라면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까요?

(화면전환)

광주 충장로에서 故 홍정운군을 추모하는 교사와 학생, 시민들이 모여
길거리 수업을 열고 있습니다.

직업계고 현장실습생들에게 기업체가 일을 가르쳐주는 학생으로 보는 게 아니라 값싼 노동자 취급을 하는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 한 현장실습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김류한 전교조 광주지부 직업교육위원장
"지금의 현장실습이라는 틀을 아예 깨고 12월에 취업 진로준비 기간을 두고 졸업 후로 검증된 곳을 가자. 그래서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학교에서 공교육을 정상화하자. 그게 저희의 목소리입니다"

이번에 홍정운 군 사고를 계기로 교육부가 대책을 내놓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잊혀지고 또 사고가 생기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참에 끊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직업계고 현장실습 제도 때문에 아들을 가슴에 묻은 유족 역시 현장실습 제도의 전면 폐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홍성기(故 홍정운 군 아버지)
"정운이는 죽었고 앞으로 정운이 친구들 간에도 앞으로 사고가 또 안나리라는 법이 없거든요. 그래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아무것도 모르는 취업생들 데려다가 취업생처럼 업주들이 해주면 괜찮은데 실습생도 해주면 괜찮은데 이것은 저임금 노동자라고 생각하잖습니까. 그러니까 사고가 난 것이거든요. 그래서 실습제도를 폐지하고 정상학교처럼 이렇게 가야되는 것을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앵커)
현장실습 제도 자체를 전면 폐지하자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그런데 현장실습을 직업계고등학교의 존립 근거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있어서 쉽게 결정되기는 어려워 보이는데요?

(기자)
네, 교육부는 지난 홍정운군 사고 이후 두 달동안 전국을 돌며 7차례에 걸쳐 간담회와 토론회를 가졌습니다.

이걸 토대로 현재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데요.

지난주 목요일 통화한 교육부 관계자는 당장 며칠 내로 발표할 것은 아니지만 늦어도 올해 안으로 종합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현장실습 제도의 폐지냐 아니면 유지 개선이냐가 관건일 것 같은데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기자)네, 간담회 자리에서 현장실습 폐지나 유지냐 논란이 많았는데요. 교육부관계자나 시도교육청 관계자는 현장실습 유지 개선 쪽이 되지 않겠냐 전망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취업의 중요한 수단이 되는만큼 제도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힘들지 않겠냐고 전망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이번 사고처럼 개선책을 냈는데 이와 같은 비극이 또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근본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었습니다.

(앵커)
네. 이번에는 안타까운 학생들의 희생의 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길 기대해보겠습니다.
김기자 수고했습니다.
김철원
광주MBC 취재기자
시사보도본부 뉴스팀장

"힘있는 자에게 엄정하게 힘없는 이에게 다정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