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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100시간 만에 수술....선박 기관장의 억울한 죽음

(앵커)
한 해운회사 선박 기관장이
머나먼 외국 공해상에서 발병해
육지로 이동해 수술을 받던 중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발병한지 백 시간 만에 수술을 받았는데
유가족들은 기관장 발병 시
빨리 치료를 했으면
생명을 구할 수도 있었는데
대응이 늦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김단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24년을 선박 기관장으로 근무한 고 윤병권 씨.

미국에서 브라질로 향하는
4만 5천 톤 급 LNG 선박에 올랐다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습니다.

지난달 22일, 휴스턴에서 출발한 윤 씨는
출항 24시간 만에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긴급 구조 요청을 합니다.

병원 이송을 위해
멕시코 칸쿤으로 접안을 시도했지만
기상 악화로 배에서 내리지 못하고
요트로 코즈멜 섬으로 이동하게 됐고,
다시 큰 병원이 있는 멕시코시티로 향하게 됩니다.

이렇게 이동하면서
윤 씨가 수술을 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100시간.

결국 멕시코시티에서
대동맥 박리 수술을 받던 도중
과다 출혈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유가족들은
촌각을 다투는 상황이었던 만큼
가슴 통증을 호소했던 당시
거리가 더 가까운 휴스턴으로 회항했다면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분노합니다.

* 박미화/고 윤병권 씨 배우자
"그래도, 그래도 좀 살려는 주지...
조금이라도 일찍 병원에 갔으면 살아는 있을 건데..."

멕시코 코즈멜 섬에서 하선할 때
간호할 사람 없이
아픈 윤 씨를 홀로 보낸 것도
유가족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 박미화/고 윤병권 씨 배우자
"저희 남편만 보내고 아무 동승자 누구 한 사람도
안 보냈어요. 외국에서 언어도 안 통하는
멕시코가 어떤 언어를 쓰는지 알 건데..."

회사 측은 매뉴얼에 따라 대응했다는 입장입니다.

사내 비상대응절차를 토대로 판단했고,
미국해안경비대 역시
멕시코로 항로를 바꿀 것을 권고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하선 당시 윤 씨의 상태가
혼자 가방을 들 수 있을 정도였고,
현지 안내원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선원의 하선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합니다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생명 보호보다 매뉴얼이 우선일 수 없다"며
장례를 치르는 중에
서울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습니다.

100시간을 돌아 머나먼 타지에서
갑작스레 생을 마감한 고 윤병권 씨.

유가족들은 부산지방해양수산청 등에서도
회사 책임을 규탄하는 집회를 이어갈 방침입니다.

MBC뉴스 김단비입니다.

김단비
여수MBC 취재기자
여수경찰 여수해경

"어디든 달려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