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전 오늘 리포트9 - "미국을 믿었는데..."

김철원 기자 입력 2013-05-25 20:09:06 수정 2013-05-25 20:09:06 조회수 267

(앵커)

5.18 33주년 기획보도, 오늘은 미국이 80년 5월, 광주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짚어보겠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시민들은 미국이 광주의 구원자일 것이라 믿었지만 나중에 드러난 사실은 철저한 외면이었습니다.

김철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33년 전 오늘, 1980년 5월 25일에 작성된 한 광주시민의 육필 성명서입니다.(1980.5.25.일요일 비. (26.1mm) 낮최고기온 23.3도)

미국 7함대 항공모함 코럴시호가 이틀 전 부산항에 입항했으니 전두환 신군부가 물러나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라며 용기를 내자는 내용입니다.

계엄군을 몰아내긴 했지만 살육이 언제 다시 재개될 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 시민들이 민주주의의 수호자라 여겼던 미국에 거는 기대감은 엄청났습니다.

(인터뷰)문순태/소설가(당시 전남매일 편집부국장)
"미군 군함이 부산으로 오고 있다는 대자보가 나왔어요. 그러니까 '야, 우리를 구출하러 온다' 이래가지고 얼마나 설렜는가 모르겠어요. 그래서 기자들도 굉장히 기대를 하고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미국은 광주시민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5.18 직전 글라이스틴 미국 대사와 크리스토퍼 미 국무부 차관이 주고 받은 비밀 전문입니다.

미 정부는 전두환 신군부가 시위 진압을 위해 특전사를 동원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심지어 신군부에 지지 의사를 보여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글라이스틴 당시 주한미대사(생전 인터뷰)
"제 생각에 그 사건(5.18)에 대한 미국의 책임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한국인에 의해 발생한 사건이고 시위를 하던 학생들도 미국사람이 아닌 한국사람이었고 한국민을 상대로 사용된 군대도 미국인이 아닌 한국인이었습니다."

미국 동의 없이는 투입할 수 없었던 전방부대인 20사단의 작전통제권도 신군부에 넘겨줬습니다.

미국은 신군부가 5월 27일 도청 진압작전을 펼 때도 신군부와 함께 작전 개시 일정을 협의했습니다.

(녹취)1988년 광주청문회/
정창화 민정당 의원:"미국하고 뭘 협의했다는 말입니까?"

이희성 당시 계엄사령관/
"광주진압작전이 장시일에 걸쳐 해결을 못한다든가 그 때 김일성의 오판이라도 있을까 해서 여기에 대한 대비 대책이 필요했는데 (그래서 미국과 진압 일정을 협의했습니다.)

민주주의의 수호자 미국에 대한 믿음은 5.18을 거치면서 불신으로 바뀌게 됩니다.

도청이 진압된 이후 서울과 광주 부산의 미문화원에는 미국의 책임을 묻는 점거농성과 방화사건, 대학생들의 분신이 줄을 이었습니다. (1980.12 광주 미문화원 방화 1982.3 부산 미문화원 방화 1985.5 서울 미문화원 점거농성 1985.12 광주 미문화원 점거농성 1986.4 서울대생 이재호, 김세진 분신 )

(인터뷰)정재호/조선대 민주화운동연구원 전임연구원
"5.18을 계기로 해서 드러나게 된 거죠. 확인되고. 미국의 양면성, 민주주의를 위해서 뭔가 역할도 하지만 그것은 미국의 국익의 차원,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 차원에서 하는 행동이었다."

광주 학살의 책임을 물어 전두환 신군부에게는 일부 단죄가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학살을 방조하고 전두환 정권을 지지했던 미국은 지금까지도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80년 5월 광주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반드시 풀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입니다.

MBC뉴스 김철원입니다.

영상취재*편집 강성우
C.G. 오청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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