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장 관사, '역사성 살린다'며 혈세 87억 투입

김유나 기자 입력 2024-02-04 09:59:34 수정 2024-02-04 09:59:34 조회수 6

(앵커)
부산시가 시장 관사를 
시민들에게 개방하기 위해
현재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 중입니다.

역사성을 살린 채 개조하겠다며
예산 87억 원을 투입했는데요.

현장을 가보니, 뼈대만 빼놓고
싹 다 뜯어 고치고 있었습니다.

역사성이 사라지는 건 아닐지 우려됩니다.

부산문화방송 김유나 기자입니다.

(기자)
축구장 2.5배 넓이 드넓은 정원에 
고풍스러운 2층 건물.

군사정권 시절 대통령 별장으로 쓰여
지방 청와대라고도 불린 부산시장 관사입니다.

집무실과 대연회장, 침실, 개인 생활 공간까지,
그 시절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지난해 7월 부산시는 이 공간을
역사성을 살린 복합문화시설로 만들겠다고 공언했습니다.

* 이수일/부산시청 행정자치국장 (지난해 7월 행정사무감사) 
"상징성과 또 역사성 이걸 그대로 살려서 당시에 김중업 건축사의 그대로 이어받고 있는.."

공사 현장을 찾아가봤습니다.

검은 지붕에, 적갈색 외벽은 그대로. 

그러나 건물 내부는 그야말로 엉망입니다.

층고를 높이기 위해
1층 천장은 모조리 뜯어냈습니다.

연회장과 집무실을 나눈 벽도 뜯어내고,
파이프를 쌓아 새로 벽을 만드는 중입니다.

관사 옆 건물에는 강연장을 넣기 위한
증축공사도 진행 중입니다.

남아있는 거라고는 겉모습 뿐입니다.

여기에 쓰이는 예산만 무려 87억 원.

리모델링이 아니라 새로 짓는 수준입니다.

* 부산시 건설본부 관계자
"내부를 뼈대를 남기고 다 뜯어냈습니다.
2층으로 돼있는 연회장 있던 자리는 완전히 새로 짓는 거고요."

하지만 부산시는 건물 외관과 뼈대만 있어도, 된다는 입장.

역사성을 살릴 의지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 부산시 관계자
"역사성이란 게 보면은 그게 뼈대 건물 어쨌든 간에
그런 정신 그런 걸 다같이 살린다는 의미인데.."

내부 구조물을 다 뜯어내다 보니,
건물 균열까지 발생해 공사기간도 늘었습니다.

부산시장 관사는 오는 5월 시민들에게 개방될 예정이었지만
공사가 늦어지면서 오는 9월로 
미뤄졌습니다.

다른 지자체들은 어떨까?

인천에서는 1938년 지어진 시장 관사를
지난해 문화공간으로 바꿔 개방했습니다.

서양식과 일본식 주택 요소가 혼합된
'문화주택'이라는 특성을 그대로 살렸습니다.

내부구조는 대부분 유지하며,
용도만 서재와 LP 감상실로 바꿨습니다.

여기에 든 비용은 4억 3천만원.

* 인천광역시 관계자
"관사로 쓴 역사적 이유와 건물 특성상 예전에 일제시대때에
신축됐던 문화주택으로 형성이 되어있어서 최대한 보존을 시키고..."

제주,경기,충남에서의 관사 개방에 쓰인
비용도 각각 8억원, 18억원, 30억원 수준.

90억 가까운 예산을 들여,
겉모습만 남긴 채 역사적 건물을 모두 뜯어고친 곳은
부산이 유일하지만, 
부산시는 시민들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MBC 뉴스 김유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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