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과 신청곡
사연신청하고 가실께용 ^^ 신청곡은 "내게행복을주는사람" 입니다.
소나기가 시원하게 내리던 점심시간, 친정엄가 전화하셔서 “이상해. 갑자기 스마트폰 와이파이가 안되고, 카카오톡도 안되서 불편하다. 우리집 컴퓨터 인터넷이 문제가 있나보다. 너가 와서 고쳐봐라.”
그리고 “왜안될까, 엄마, 소나기 그치면 제가 가서 봐 볼께요.”라고 말하고 친정집에 가려고 봤더니, 제가 입으려고 했던 옷들이 빨래줄에 걸려있었어요. 비도오고 옷이 아직 안 말랐네. 어쩌지... 아기낳고 막90일이 지난 상태라 살이 덜 빠져서 맞는 옷들이 없었어요.
그런데. 제 눈에 신랑의 반바지와 티셔츠가 보였습니다. 점심 먹고, 신랑의 옷을 입고, 아기와 함께 친정집에 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신랑이 일찍 퇴근하고 집에 왔습니다. “하하하, 자기! 내 옷이 정말 잘 어울리네. 양말까지 신고, 어디가려고 한거야.” “응... 나 잠깐 친정집에 다녀오려고, 집에 와이파이가 잘 안된대 고쳐주라고 하시네. 우리 같이 갈까?” 신랑의 표정이 어두워 졌습니다.
결혼2년차, 신랑은 아직 저희 친정집 가기가 부담되고, 어렵다고 합니다.
“내가 컴퓨터 고쳐주려고 일찍 퇴근한 거 아니야, 나 쉬고싶다고! 친정부모님과 같이 사는 남동생과 언니는 못 고쳐? 같이 사는 가족들이 고쳐야지. 왜 우리가 꼭 가야해? 출장수리 출장비는 주신대?” 갑자기 투덜이 남서방으로 변신했습니다.
“미안해. 그래도 우리 같이 가보자.” 설득하고 기다려주니, 신랑이 고맙게도 퇴근하고 벗어두었던 옷을 주섬주섬 입습니다. 신랑과 저, 아기랑 친정집에 도착하고 보니 친정엄마께서 저녁식사 준비 중이셨습니다. 신랑이 컴퓨터를 만지작 만지작 한지 1시간이 지나고....친정엄마가 “남서방, 고쳐졌는가? 안고쳐졌는가? 저녁 먹고 해 봐”
신랑이 캄캄한 컴퓨터 책상 밑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몇 번, 전원을 꼈다 켰다, 인터넷 공유기를 몇 번 초기화 하다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인터넷이 안돼. 우리가 와서 고치치도 못하고, 폐만 끼치고 돌아가는 거 같아. 오래된 컴퓨터라 우리집 공유기랑 달라 잘 모르겠어. 우리 괜히 왔나보다. 어떻게 하지?” 컴퓨터 고치느라 수고하는 신랑을 위해 친정엄마가 선풍기도 틀어주시고, 중간중간 방에 오셔서 “고쳤는가? 잘 된가?” 확인하시는데 컴퓨터를 고쳐드리지 못해 미안해 했습니다. 저도 그냥 혼자 올 것을 괜히 피곤해 하던 신랑까지 데리고 왔나보다 후회를 했습니다.
두 시간이 지나고 컴퓨터는 고쳐지지 않고,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미련이 남았는지 신랑은 밥을 먹자마자 정신없이 다시 컴퓨터를 고치려고 방에 들어갔습니다. 저랑 둘이서 만지작 만지작 만지작......
그런데 공유기 바로 옆에 보니 유선인터넷 전선이 빠져있었습니다.
저희 둘이 동시에 “이거다! 이거! 선이 빠져있었구나. 선을 누가 빼놓았을까? 꼽아보면 되겠지” 기쁜 마음으로 선을 꼽아 보니, 바로 인터넷이 연결되고 스마트폰의 와이파이도 잘 되고, 카카오톡도 됩니다. “고쳤어요. 고쳤어! 이제 잘 될꺼예요.” 남서방과 저는 싱글벙글! 시간은 걸렸지만 고쳐서 다행이다 싶었어요. 와이파이가 되니 부모님도 정말 좋아하셨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친정집에서 나오는데 친정엄마는 며칠동안 못했던 카카오톡 메시지를 확인하고, 친정아빠는 스마트폰으로 야구중계를 보고 계셨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차안에서 신랑이 “결혼하고 처음으로 장인어른께서, 수고했어 남서방! 하고 말씀해주셨어. 시간은 걸렸지만 집에오기전에 고쳐서 다행이지”하고 뿌듯해했습니다. 컴퓨터 출장 수리비는 못 받았지만, 콩나물무침, 오이냉국, 맛있는 무생채 등 엄마표 반찬들로 두 손 무겁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남서방! 고마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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