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의 희망곡

정오의 희망곡

12시 00분

사연과 신청곡

저는 딸보다 못난 엄마입니다.

대학생인 딸아이가 요사이 날이 바뀌어 계속 들어오더군요.
집과 학교만 착실히 오가던 아이라 이상해서 물어봐도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별의별 이상한 상상이 혼란스럽게 오갔지만 모른체 하고 있었는데 어제는 그만 제가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치매를 앓으시는 친정 엄마를 겨우 주무시게 하고 귀가하지 않는 딸아이를 기다리다 못해 집바깥으로 나갔는데 새벽 1시가 다 된 시각에 딸아이가 또래인듯한 남학생의 자전거에 실려 오는 것입니다.
못 본듯 집으로 들어와서 기다리고 있다가 딸아이에게 사정도 물어보지 않고 화부터 냈더니 우리 딸아이 제 앞에서 엉엉 울음을 터뜨리더니 제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걸어잠그고 아무런 기척이 없었습니다.
겨우 남학생 만나서 노느라고 남부끄럽게 새벽에 들어오느니 어쩌느니...저는 이성을 잃고 소리를 쳤습니다.

오늘 아침 식사준비를 하러 방밖으로 나오는데 조그마한 쪽지가 있었습니다.
딸아이가 일찍 학교로 간다면서 제게 읽어보라는 쪽지였습니다.
그 내용을 읽으면서 저는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한답니다.
날이 바뀌어서 집에 오는 통에 버스도 없고 택시를 타고 들어올 수도 없어서 자전거가 있는 과 친구에게 부탁을 하여 집으로 온다고 했습니다.
퇴직을 하여 집에 계시는 아빠에게 여행경비를 마련해 드리려고 아빠 생일에 맞추느라 마음이 바빴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르바이트 하는 곳 과 친구의 연락처까지 적어놓고 확인을 해보라는 것입니다.
퇴직하고 집에 계시는 아빠가 힘이 없어보여 여행이라도 하시게 도와드리고 싶었다는 딸아이의 편지를 읽으며 딸이 저보다 백번 낫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다.
친정엄마 뒤치다꺼리에 매달려 주변 식구들을 돌아보지도 못했고 특히 우리 남편심정은 안중에도 없었는데 딸아이는 취업준비에 바쁘면서도 남편의 적적함을 걱정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미안한 마음을 어찌할까요?
외할머니때문에 우리 엄마 힘드시겠다며 학교에서 돌아오면 제 어깨를 주물러주던 착한 딸인데 그 아이에게 깊은 마음의 상처를 덥석 안겨주고 말았으니 저를 어찌할까요?
지금의 저를 용서할 수 없으니...딸아이의 늦은 귀가를 기다리며 참 힘들고 긴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딸아이에게 사랑한다는 말 염치없지만 하고 싶습니다.
엄마라고 변변하게 해준것도 없는데 미안하다는 말도 하고 싶습니다.

딸아이가 좋아합니다.
안치환님의 내가 만일 하늘이라면...꼭 들려주고 싶습니다.















련해 드리려고 부리나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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