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의 희망곡

정오의 희망곡

12시 00분

사연과 신청곡

어떻게 한다죠???


애써 웃으며 엘리베이터를 타는 딸아이를 배웅하고 돌아서서 울고 말았습니다.
수업이 있어서 집을 나서는 아이를 붙들수가 없었어요.
오늘은 우리 작은 딸아이 24번째 생일입니다.
그런데 엄마라는 제가 그만 딸아이 생일을 잊고 있었어요.
변명같지만 요사이 너무 힘들었나봐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변명이라는 것이 저를 너무 슬프게 합니다.

치매와 지병으로 몸을 가누시기 힘든 친정 엄마를 모시고 살면서 제 일상이 너무 많이 달라졌다지만 그래도 딸아이의 생일을 잊는 것은 아니었는데 그만 제가 깜박해버렸어요.
다른 날과 달리 일찍 일어나서 식탁에 앉던 딸아이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어요.
계란 프라이를 먹어대던 딸아이는 말이 없었고 아~ 그제야 퍼뜩 스쳐가는 것이 있었습니다.
딸아이의 생일인데......
미역국을 무척이나 좋아하던 아이인데
정작 본인의 생일날엔 먹어보지도 못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친정엄마가 미역국을 좋아하셔서 끓일때마다 그렇게 잘먹던 아이였는데 얼마나 그 마음이 허전할까요?
늘 아픈 할머니때문에 엄마를 빼았긴듯한 서운함을 잘도 참았다가 일기장에 썼던 아이였는데
그 일기장 내용도 모르고 있다가 담임선생님을 통해서 알았던 날 딸아이 손을 꼭 잡고 학교 교정을 빠져나오면서 울음을 참았던 날도 있었는데...왜 저는 아이에게 일년에 단 한번인 그 날도 챙겨주지 못했을까요?

오늘이 무슨 날인지도 모르는 우리 엄마 또 미역국 타령이셔서 조금전에 끓여드렸습니다.
딸아이에게는 먹여보지도 못한 미역국을 맛나게 드시는 울 엄마가 오늘은 정말이지 미워만 보였습니다.
제 부주의로 딸아이의 생일을 놓쳤는데 어만 맘을 먹고 엄마에게 괜한 분풀이를 하고있는 둣한 제 자신이 너무도 못나보입니다.

지금쯤 딸아이의 마음도 풀렸겠지요?
오늘 저녁에는 맛난 것을 많이 해놓고 기다려야겠어요.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 일백번쯤 해주려고 합니다.
이렇게 말을 하는 중에도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플까요?

딸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어요
유희열 // 딸에게 보내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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