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의 희망곡

정오의 희망곡

12시 00분

사연과 신청곡

다시 쓰는 즐거움^^

여러분들은 운동화가 몇 켤레나 있으십니까?
전 작년만 하더라도 딱 두 켤레였답니다.
하난 봄여름가을용 으로 한 켤레, 그리고 발목까지 올라오는 두툼한 겨울운동화 한 켤레 이렇게 있었는데 지금은 일곱 켤레로 늘어나 있답니다.
운동화를 왜 이렇게 많이 샀냐고요? 아니요 산게 아니라 주웠습니다.
출근 할 때나 퇴근할 때 지나치는 저의 아파트 재활용 헌옷 수거함 위에 종종 괜찮고 쓸 만한 운동화며 구두들이 짝을 이루어 놓여져 있거든요.
그 멀쩡한 신발들을 보며 지날칠때는 아낄 줄 모르고 버린 사람들이 한심스럽구나 하며 혀를 찰 때가 많답니다.
물론 멀쩡한 신발들을 버린 이유도 있으시겠죠.
몇 번 신다가 발이 아파 신지 못해 버리거나 싫증나서 버리거나 이유야 많겠지만 정말 아까운 신발들을 볼 때면 내발에만 맞으면 모두 다 수거하고 싶더군요.
그런 와중 처음엔 공장에서 신던 작업화가 너덜너덜 오래되어 못 신게 되자 쓸 만한 운동화 누가 한 켤레 안 버리나 하고 매일 출근할 때 헌옷 수거함 위를 눈여겨보곤 하였는데 어쩌다 괜찮은 거 하나 발견하면 대부분 신발이 크거나 작아 제 발에 맞지 않더군요.
그러다 어느 날 누가 버렸는지 반짝 반짝 빛나는 새 운동화가 제 눈에 들어왔고 전 출근하는 아파트 주민들의 눈을 피해 준비한 검정비닐 봉투 초스피드로 쓱~담아 제 차에 던져 놓고 회사에 도착해 신어보는데 작업신발하기 정말 아까운 새 운동화였습니다.
그 신발은 메이커에 한두 번이나 신었는지 정말 나무랄 때 없는 새신발이더군요.
“어? 박 씨 운동화 샀어?”
발에 맞나 신어보고 있는 저를 보고 직장동료가 묻더군요.
“어때? 어울려?”
동료는 작업신발 할 거면서 왜 비싼 메이커를 신느냐며 정신 나갔다고 뭐라 하는데 그때서야 아파트에서 주운신발이라며 말하니 깜짝 놀라더군요.
“이렇게 새 신발을 버린 사람은 참 살만 한가보네” 하며 동료도 저처럼
혀를 찼답니다.
그 후로도 수거함에서 제발에 맞는 몇 번 신지 않은 등산화며 운동화들을 건져는 데요.
모두 유명메이커에 밑창도 새것처럼 전혀 달지도 않은 흠잡을 때 없는 신발들이었답니다.
신발을 챙기는 모습을 본 11살 아들이 이러데요.
“아빠 내 것도 챙겨줘 나도 아빠처럼 아끼며 살거야”
너무 이런 모습들을 보여 아들이 짠돌이 될까봐 걱정은 되지만 그래도 전 새 운동화 값인 6만 원 정도는 벌었잖습니까?
제가 어릴 때 부모님께서는 달고 달토록 아껴서라는 습관을 가르치셨답니다.
필통에는 늘 몽당연필이 가득했고 무릎이 터진 바지는 동그란 천을 덧대어 꿰매주셨지요.
또 아파트 경비하셨던 아버지께서는 가끔씩 누군가 버린 헌 운동화며 녹슨 자전거를 가져오셔 저에게 건네주셨던 기억이 떠오르더군요.
형편이 어려웠던 그 시절에는 헌신발이지만 메이커라는 이유하나만으로 전 감사하며 잘 신었던 기억이 난답니다.
아마도 그때의 부모님이 하나 둘 아끼시는 검소한 삶이 나에게도 스펀지처럼 스며들게 되었나 싶습니다.
요즘 들어서는 아이들이 더 날리랍니다.
주말 밖에서 놀다 헐레벌떡 들어와 이러더군요.
“아빠 누가 컴퓨터를 버렸어요? 모니터도 있어요!”
낮잠 자던 저 강시처럼 벌떡 일어나 “그래???” 옷가지를 대충입고 나가보니 애들 말대로 멀쩡하게 보인 컴퓨터와 모니터 자판까지 버려져 있더군요.
고물상에 팔아도 7~ 8천 원 받을 수 있는데 말입니다.
돈을 길바닥에 버린 주민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저는 제일 무거운 본체를 아들은 모니터를 딸은 가벼운 키보드와 마우스를 챙기고 일단 집으로 가지고와 테스트를 해보았습니다.
컴퓨터를 좀 아는 저는 본체 안을 살피고 빠진 부품이 없는걸 확인하고 모니터를 연결해 켜보니 속도는 약간 느리지만 고장 없는 컴퓨터였습니다.
컴퓨터사양은 조금 낮았지만 6년이 넘어 숨이 헐떡거리고 비실비실 느려 스트레스로 한숨을 유발하는 우리 집 컴퓨터보다는 훨씬 좋더군요.
전 기존 컴퓨터에서 램카드 빼내어 주어온 컴퓨터에 끼워넣어보니 속도가 훨씬 빨라졌고 망설임 없이 당장 컴퓨터를 교체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 집 비실비실 컴퓨터는 고물상에 갔다 팔아 아이들 아이스크림이며 바나나까지 사주었답니다.
딸이 싱글벙글 아이스크림을 한입 쪽 빨더니 저에게 한마디 하더군요.
“역시 아빠는 천재야! 누가 이걸 생각 했겠어 히히~~”
저 천재인가요? ^^ 천재는 아니지만 쓸 만한데 버려진 걸 다시 써서 간식 먹고 돈 버는 알뜰맨이랍니다.
이제 누가 드럼세탁기 하나 버리면 좋겠네요.
버리는 순간 바꾸려고요 ^^
여러분 버리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보세요 이거 버리면 나에게 어떤 이익이 있나?
그리고 고쳐 쓰면 어떤 이익이 생기나 하구요^^
여러분 아껴 씁니다.~ 아끼면 경제에 보탬이 되고 행복하답니다!~~~
(혹 사연이 소개되어 선물을 줄까 말까 고민 하지 마시고 시원하게 외식상품권 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외식한지 오래 되었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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