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3시

놀라운 3시

15시 05분

청취자 참여

쉼없이 흘러가는 시간

장롱정리를 하다 아주 오래된 사진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어렸던 유아기부터 4, 5세때 사진들, 초등학교 때 사진들, 중고등학교 때 사진들...
정리정돈 잘 하시고 늘 주변이 간결하셨던 엄마가 결혼선물로 주신거였죠...
시간대별로 잘 정리된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마음이 바람결에 일렁이는 물결처럼 그렇게 흔들렸고, 전 아주 오랫동안 그 사진들을 바라보고 또 보았습니다.

진정성이 묻어나는 매우 아름다운 사진들이었습니다.
항상 제 기억속의 아빠는 엄하고 무서운 분이셨는데, 사진 속의 아빠는 저를 보시며 애정이 물씬한 미소를 한결같이 보내고 계시더군요. 한손으론 저를 안고, 또 다른 한손으론 제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말입니다...

또 하나의 사진은 배경이 버스 뒷자리였습니다.
뭐가 그리 재밌었던지 엄마와 초등학생인 전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 파안대소하며 까르르 웃어재끼고 있더군요. 지금 보다 훨씬 젊은 엄마와 유난히 짧았던 커트머리의 나...
참으로 행복했던 오래 전 그 오후가 희뿌옇게 떠오르며 맘이 더더욱 절절해 졌습니다.

사진은 그저 당시의 상황만을 소리없이 담고 있을 뿐인데 모든 게 생생히 되살아나는 것만 같았죠.
파안대소하는 커다란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고,
정감있게 쓰다듬는 손길의 온기가 푸근히 느껴지는 것 같았고,
재잘 재잘 쉴새없이 떠들어대던 수다가 귀를 간지럽히는 듯 그렇게요...

제 돐 사진 뒤엔 아빠가 남긴 오래된 글귀 하나가 남아있었습니다.
“이쁜 우리 공주님! 태어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만 한 살이 되었구나.
엄마 아빠 품에 와줘서 고맙고, 항상 건강하고 밝고 맑게 잘 자라주렴.
항상 너를 늘 주머니에 담고 다니고 싶은 아빠가...”

마음이 참 따스해져왔습니다.
사진들은 수많은 시간 속에 단지 한 순간만을 포착했을 뿐인데,
포착되지 못한 채 기억 저 너머로 사라져 버린 감동과 환희의 시간들을 생각하니 그저 아득하기만 합니다...

시간은 쉬지 않고 흐르고 흐르고 또 흐르는 것...
기다려주지 않는 부모...
하루가 다르게 훌쩍 커버리는 아이들...
날아가는 시간이 너무도 아쉽네요.

부모님과 아이들을 더 많이 안아보고 사랑을 더 많이 표현해야겠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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