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현의 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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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와의 쓰라린 추억

8월 1일은 우리 오빠의 결혼식입니다.
평소 2살 차이 터울이라 싸움이 잦았는데..
이렇게 오빠가 결혼한다니 서운하기 그지 없습니다.
평소에 좀 잘해줄걸 이라는 후회막급입니다.
그리고 왠지 우리 오빠를 새언니가 빼앗아가는 듯한 느낌도 들어서..
기분이 묘~합니다.
여하튼 오빠가 결혼한다고 하니..
어린 시절 오빠와의 추억이 하나 떠오르네요..
제가 철없던 시절.. 그리고 호기심 많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약 10여년 전 고등학생이었던 시절이죠..
그 때 제가 아주 못된 것에 손을 댔었습니다.
다름 아닌 담배였습니다.
하지만 딱 2번이었습니다.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친구꼬드김에 한 번 손을 댔고,
그 다음엔 호기심에 몰래 손을 댔드랬습니다.
고등학생이 그것도 여학생이 담배에 손을 댔으니...
지금 생각해도 부끄러운 짓입니다.
여하튼 두 번째로 담배에 손을 댄 날이었습니다.
그냥 집에서 TV를 보고 있었는데..
TV에서 담배피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그 장면을 보니 괜히 저도 그걸 따라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전 돈 1,000원을 챙겨들고 집을 나와 슈퍼엘 갔습니다.
그리곤 담배를 어떻게 살까 궁리에 궁리를 하고.. 거의 15분을 헤맸습니다.
쿵쾅거리는 심장소리와 함께 아빠가 시키셨는데요 라는 말과 함께 담배 한 갑을 구입했습니다.
그리곤 집으로 뛰어와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그 시절 우리 집은 주택이라 옥상이 있었거든요..
옥상 구석진 자리를 찾아가서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입에 한 두 번 댔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왠 시컴한 손이 제 담배를 빼앗아 들더니 그걸 끄고나선,
제 머리를 잡고 계단으로 향하는 것입니다.
겁에 질려 머리를 살짝 들어보니 세상에 우리 친오빠였습니다.
그리곤 다짜고짜 집 안으로 날 들여보내고, 날 노려보는 것이었습니다.
전 오빠를 향해 ‘아니.. 그게 아니라..’라는 말만 되내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애절한 나의 말에도 불구하고 날라오는 건 오빠의 화난 목소리와 내 등을 강타한 발 뿐이였습니다.
사람한테 그렇게 맞아본 적은 태어나서 처음이었습니다.
오래 맞진 않았지만 시간이 아니라 강도가 문제죠..
한 2-3분을 오빠한테 맞고 있는데 영문을 모르는 엄마는 오빠를 말리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엄마가 이겼고, 오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채 집을 뛰쳐나갔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죠.. 오빠가 엄마한테 말을 했다면 전 그날로...
여하튼 그 사건 이후.. 전 담배는 손도 안댔고..
그 뿐만 아니라 나름대로 나쁘다고 생각한 일은 생각지도 않았습니다.
언제든 오빠의 험한 얼굴이 생각났거든요..
그 때 오빠의 엄한 매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오빠 결혼 축하하고.. 내가 잘못은 했지만 그래도 그 때 정말 아팠어..
다음에 오빠 자식한테는 너무 엄하게 하지마..

이선미 : 남구 백운1동 3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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